(김보경의 트렌드 브리핑) 상생(相生)의 트렌드 키워드, '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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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0-01-06 2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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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새해맞이가 유난히 가슴 뛴다는 사람들이 많다. 그래서인지 지난 해 거의 받아보지 못했던 '새해 덕담 문자 메시지'도 폭주했다. 여수ㆍ부산에서 새해 첫 새벽에 찍었다는 일출 사진이 1월 1일 아침결에 휴대전화로 전송됐다. 평소 각별했던 지인들의 훈훈한 마음이다. 황홀한 기분이었다.

예년 같으면 "새해라고 뭐 달라질 게 있겠어?" 콧방귀를 뀌었을 테지만 올해만은 왠지 다르다. 호주 시드니에서는 '못된 10년아 어서 가라'며 시원해 했다던가? 왜 안 그럴 것인가. 지난 10년을 뒤돌아 보노라면 참으로 심란하고 고된 세월이었다.

2001년 9ㆍ11 테러, 2003년 이라크 전쟁, 2005년 북한 핵무기 보유 선언, 2008년 쓰촨성 대지진과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뒤이은 세계 경제 빙하기, 신종플루 확산 그리고 불과 며칠 전 아프가니스탄에 이은 파키스탄 폭탄 테러 등 위기의 연속이었다.

국내에서도 2003년부터 벤처 경기가 고꾸라져 엉망이다가 겨우 정권이 바뀌었지만 광우병 촛불시위 사태와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정국, 용산 철거민 농성 방화 사고, 노동관계법과 세종시 해법, 예산안 처리를 둘러싼 야당 농성 사태 등 속 타는 뉴스가 이어졌다.

2002년 '한일 월드컵'의 길거리 함성 소리도 2008년 베이징올림픽의 지구적 축제 분위기도 잠시 뿐, 세상은 온통 잿빛으로 보였다. 최초의 흑인 미국 대통령 버락 오바마가 '담대한 희망'을 외쳤고 일본 자민당 정권 초대 총리의 손자 하토야마 유키오가 '정권 교체'를 이뤄 '동북아 우애(友愛) 공동체'를 외쳤지만 왠지 공허한 메아리처럼 들렸다.

급기야 이런 심란한 민심(民心)을 4000년 전 마야인들이 예언했다는 2012년 종말론과 아프리카 르완다에서 발굴됐다는 외계인 무덤 미스테리가 파고 들었다. 우리나라 광화문 상공 위에 20기의 미확인 비행물체(UFO) 군단이 출몰했다는 기이한 인터넷 동영상도 현실을 잊고 싶은 사람들을 매료시켰다.

나아가 9ㆍ11 테러와 이라크 전쟁, 금융위기와 신종플루 대유행 현상도 극소수 금융재벌들이 세계 정부와 신세계 질서를 구축하기 위해 기획했다는 '시대정신'이라는 음모론 동영상도 기정사실처럼 횡횡했다.

도대체 아무 것도 믿을 수 없는 신뢰의 붕괴 국면이 이어졌다. 안타깝지만 이런 국면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세계 경제위기가 아직 바닥이 아니고 지구온난화로 인한 재난이 그치지 않으며 극단적인 테러도 난무하고 있다. 부자 나라나 가난한 나라나, 기독교권이나 이슬람권이나 할 것 없이 정정(政情)이 불안하고 치안에도 구멍이 뚫려 있다. 도무지 안심이 안되는 국면(局面)의 연속이다.

이런 가운데 맞는 2010년 새해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가슴이 뛴다고 한다. 그 어느 새해보다 희망에 들뜨고 설렌다고 한다. 아마도 예년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12시를 뜬 눈으로 지새며 축복했고 2010년 벽두에 떠오르는 태양을 마주보며 후련한 함성을 질렀으리라. 눈물도 찔끔 흘리고 기뻐서 어쩔 줄 모르는 표정도 지었으리라.

아마도 험난했던 지난 세월을 잊고 싶은 심리와 남에게 의존해봐야 건질 것 없는 현실에서 오직 자신이 스스로 희망을 만들 수 밖에 없다는 절박감이 작용했을 것이다. 일종의 학습효과다.

2005년 2월 프랑스 드골 공항을 출발한 에어프랑스 358기는 캐나다 토론토 공항에서 악천 후 가운데 무리한 착륙을 시도하다 활주로를 벗어났다. 비행기는 얼마 후 폭파돼 몸통이 새까맣게 타버린 생선 몰골이 돼 버렸지만 승무원과 승객 300여명은 모두 생존했다. 항공 역사에 길이 남을 기적이라 한다.

아비규환(阿鼻叫喚)의 현장에서 사람들이 절망감에 휩싸여 서로 먼저 벗어나려고 발버둥 쳤다면 대규모 사상자가 발생했을 지 모른다. '다 함께 살 수 있다'는 '희망'을 품고 서로 양보해가며 재빨리 행동했기에 모두 생존하는 기적을 연출할 수 있었을 것이다. '희망'은 이처럼 극단적 환경에서 살아남는 생존술이기도 하다.

2010년 이후 문명사적 트렌드 키워드는 '상생(相生)'이다. 남의 생존을 도와 나의 생존도 도모한다는 의미다. 지난 10년간 통제되지 않은 이기적 생존 욕구가 탐욕의 도미노 사태를 일으켜 세계 경제를 쫄딱 망친 데 대한 성찰의 결과다. 상생, 생존의 필수 코드가 '희망'임은 두 말할 나위가 없다.

2010년 '희망'으로 가슴 설레는 대한민국 국민들과 세계인들에게 부디 신의 가호가 함께 하시기를 빈다.

<트렌드아카데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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