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를 맞은 1일 중국 상하이 황푸강 서안 푸시(浦西). 상하이엑스포 개막 110여일을 앞두고 전시장 건물들이 거대한 몸체를 드러내고 있었다. 강 반대편인 푸동(浦東)에서도 높게 솟은 타워크레인을 중심으로 공사 소음이 울려 퍼졌다.
상하이는 온 도시가 거대한 공사판을 방불케 했다. 상하이의 젖줄인 황푸강을 사이에 둔 양안은 최근 완공된 지하터널을 통하면 채 10분도 안 돼 오갈 수 있다. 양안의 차도는 지하로 묻혔고 그 위에는 널찍한 인도가 조성됐다. 그 곳을 잇는 난푸대교와 루푸대교도 새 단장을 마쳤다. '작은 루푸대교'라고 불리는 촨양허대교도 새로 놓였다.
거대한 공사 규모에서 올해 상하이엑스포를 통해 세계 경제 패권을 거머쥐겠다는 중국의 야심이 짙게 묻어났다. 중국은 이미 지난해 미국과 함께 주요 2개국(G2)으로 급부상했다. 지난해 3분기 국내총생산(GDP)은 8.9% 늘었고 4분기 성장률은 9.5~10.0%에 달할 전망이다.
중국은 올해도 9%대의 경제성장을 예고하고 있다. 지난해 베이징올림픽을 성공적으로 치른 경험과 올해 열리는 상하이엑스포에 대한 기대감이 이런 자신감의 배경이다.
이날 발효된 중국ㆍ동남아 자유무역협정(FTA)도 중국이 더 높이 비상하는 데 날개를 달아 줄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세계 최대 규모인 차세안(차이나+아세안) 자유무역지대의 교역액이 향후 10년 새 두 배로 불어날 것으로 점치고 있다.
같은날 영국 런던 쇼핑 중심가인 뉴본드스트리트. 지난해 연말 외국인들이 한차례 휩쓸고 지나간 자리엔 다시 정적이 내려 앉았다. 연말 풍경과 달라지지 않은 것이라고는 시내 건물에 붙어있는 '건물임대(To Let)' 표지와 쇼핑가의 '재고정리(Clearance)' 표지 정도다. 파운드화는 여전히 약세 행진하고 있지만 새해가 시작되면서 외국 관광객의 발길도 뚝 끊겼다.
유럽 대륙이라고 해서 영국보다 딱히 사정이 나을 게 없다. 2일 프랑스 파리의 대표 백화점 갤러리라파예트. 반짝이는 조명이 쇼핑객을 유혹하고 있었지만 중국인과 일본인이 대부분인 관광객들은 지하 1층 면세 코너를 기웃거릴 뿐이다. 선점 경쟁이 치열했던 샹젤리제거리의 번듯한 건물에도 '건물임대' 표지는 어김없이 걸려있다.
전문가들은 치솟는 실업률을 잡지 않는 한 내수회복은 요원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2008년 10월 이후 1년간 영국과 프랑스의 실업인구는 각각 25.0%, 62.8% 늘었다. 문제는 실업률을 잡는 데 재정확대가 불가피하다는 점이다. 올해 GDP 대비 영국과 프랑스의 재정적자 비중은 각각 13%, 8%에 달할 전망이다. 이는 유럽연합(EU)의 재정적자 감축 목표치(3%)를 크게 웃도는 수치다.
상하이=이재호 기자 gggtttppp@ajnews.co.kr / 런던ㆍ파리=김신회 기자 raskol@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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