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세계 전기차 관련 특허 70% 싹쓸이
-국내만 현대·기아차 특허출원 점유율 1위
전기차와 하이브리드차로 대표되는 친환경차 시장이 지난해 유가 상승과 금융위기로 급격한 성장을 이룬 가운데, 새해벽두부터 관련 특허 출원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 향후 친환경차 시장이 팽창되면 표준화 여부가 승자를 결정짓는 변수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알아채고 맨 먼저 치고나온 것은 일본차 업체들이다. 사실상 친환경차 세계 특허를 점령하다시피한 상황인데, 유일하게 국내만 현대·기아차가 일본 업체들을 앞지르고 있다. 미래 먹을거리 확보 차원에서라도 글로벌 시장 선점을 위해 들메끈을 고쳐 매야 할 시점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일본 특허청이 지난해 4월 15일 발표한 전기차·연료전지차·하이브리드차 등 차세대 친환경차 특허출원 관련 조사보고서를 보면 이미 일본 자동차 업계가 세계 특허 출원 건수의 70% 가량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2006년 한 해 동안 하이브리드차 부문 1400건, 전기차 부문 530건, 연료전지차 부문 270건으로 총 2200건의 특허를 출원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일본차 업체들은 일본은 물론이고 미국·유럽·중국 등에서도 관련 특허를 거의 독점하다시피 하고 있었다.
일본 특허 출원 건수는 도요타가 1위(3407건)를 차지했고 닛산(1902건)·혼다(1150건)·히타치(759건)·도시바(474건)가 뒤를 이었다.
중요한 것은 일본 내 특허 출원 건수가 미국·유럽보다 5배 이상 많다는 것이다. 자국 영토 확장보다 해외 시장 선점에 눈독을 들이고 있음을 반증하는 것이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도요타(463건)·혼다(418건)·닛산(256건)·히타치(173건) 등 일본 업체들의 특허 출원 건수가 압도적이었고, 포드가 117건으로 뒤따랐다.
유럽 역시 도요타(600건)·혼다(359건)·닛산(223건)으로 각각 1, 2, 4위를 차지했고, 독일 부품사인 지멘스(283건)와 다임러 벤츠(180건)가 겨우 체면치레를 했다. 중국 역시 도요타(278건)·혼다(108건)·닛산(80건)·히타치(53건) 등 일본 제조사의 독주는 이어졌다.
반면 국내에서는 현대·기아차가 292건으로 전 세계 시장 중 유일하게 자국 제조사가 특허출원건수 1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일본 제조사들도 이에 육박하는 특허 건수를 기록하고 있었다.
보고서에 따르면 도요타(87건)·닛산(51건)·혼다(40건)·히타치(33건) 등 일본 자동차 제조사들이 모두 211건의 특허를 내 현대·기아차를 바짝 뒤쫓고 있었다. 특히 최근 들어 특허출원 건수가 급격히 늘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일본의 특허 독점이 향후 세계시장 진출에 제약요인이 될 수 있는 만큼 현대·기아차 등 국내 자동차 업계가 기술종속을 피하기 위해 적절한 대책마련에 나서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김기찬 가톨릭대 경영학부 교수는 “하이브리드차 특허는 일본이 80%이상 선점했다”며 “이미 예상된 부분인 만큼 (현대·기아차가 ) 앞으로 관련 특허의 빈 부분을 잘 찾아 틈새를 노리는 전략을 쓸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일본이) 피해갈 수 있는 방법까지 특허를 내고 있어서 운신의 폭이 좁다”며 “한 가지에 올인 하기보다 전기차나 LPi 하이브리드차,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클린디젤과 같이 (현대·기아차가) 이미 확보한 기술로 각 대륙별 맞춤형 차량을 개발하는, 복합개발 방식으로 가면서 일본 특허를 피해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아주경제= 김훈기·김형욱 기자 bom@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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