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상하이가 여수에 건네는 메시지

세계박람회(엑스포) 개막이 반년도 채 남지 않은 상하이는 축제 분위기다. 이번 엑스포를 통해 중국이 세계 경제의 패권을 차지하고 상하이도 국제적 위상을 갖는 도시로 도약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도시 전체를 감싸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군중심리를 털어내고 도시 곳곳을 자세히 들여다 보면 적지 않은 문제점을 찾아낼 수 있다.

중국 정부는 엑스포를 통해 상하이시를 '그린 시티'로 탈바꿈시킬 계획이지만 이를 향해 가는 과정은 전혀 친환경적이지 않다.

현재 상하이는 거대한 공사장을 방불케 한다. 도시 곳곳에서 크고 작은 시설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이에 따른 교통 체증과 대기 오염은 상하이 시민이 고스란히 감내하고 있다.

여의도 면적의 2배에 이르는 상하이엑스포 부지는 행사가 끝난 후 중국의 자산버블 현상을 심화시킬 뇌관으로 평가받고 있다.

상하이시는 엑스포가 끝난 후 건물을 모두 철거하고 이 부지를 상업용지로 활용할 예정이다. 이럴 경우 상하이 부동산 가격은 더욱 폭등할 우려가 있다.

취재차 방문한 상하이에서 만난 한 식당 주인은 매출이 5% 이상 늘었지만 집을 구입할 엄두도 내지 못한다고 하소연했다. 부동산 가격을 비롯한 물가 상승률이 매출 상승폭을 크게 상회하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가 상하이엑스포의 성공적 개최를 위해 인민들을 볼모로 잡았다는 비아냥이 터져나오는 이유다.

물론 상하이엑스포는 지난 2008년 개최됐던 베이징올림픽과 함께 중국의 국격(國格)을 한 차원 높일 수 있는 중요한 계기가 될 수 있다. 그에 걸맞는 경제적 파급효과도 기대된다.

그러나 행사 자체에 매몰돼 예상되는 후유증을 모른 체 해서는 안 될 일이다.

2012년은 여수엑스포가 열리는 해다. 벌써부터 여수는 물론 나라 전체가 준비 작업에 여념이 없다. 정부가 거는 기대도 상당하다.

여수와 상하이를 단순 비교하기는 어렵겠지만 반면교사로 삼을 가치는 충분하다. 국제적 행사를 치른 후 후유증을 제대로 봉합하지 못하고 경제 침체기를 겪었던 사례가 적지 않았음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아주경제= 이재호 기자 gggtttppp@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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