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권사 리서치센터에 대한 한 증권업계 관계자의 자조섞인 푸념이다.
매년 증시 전망을 내놓고 있지만 적중률은 20%에 불과할 뿐 아니라 상장사 종목 분석 보고서 역시 매도(Sell) 의견을 내놓지 않는 것이 업계의 관행으로 굳어진 탓이다.
◆ 애널리스트 증시전망 적중률 20%…"소신있는 전망 어렵다"
5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최근 15년간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이 내놓은 연말 이익 전망이 추정치 대비 ±10% 오차범위 내에서 들어맞은 것은 딱 세 번(2000년, 2005년, 2006년)에 불과했다. 적중 확률이 20%에 그쳤다는 얘기다.
이 중 실적 추정이 예상을 빗나간 12년을 놓고 볼 때 추정치가 실제치를 웃돈 '과대추정'은 모두 7번으로 절반을 넘았다.
즉,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시장을 낙관적으로 볼 수 밖에 없다는 말이다.
때문에 지난해 말 한 증권사 한 연구원은 '2010년 주식시장전망' 보고서에서 "내년도 상장사 순이익이 80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한 국내 애널리스트들의 전망이 낙관으로 치우쳐 있는 게 아닌지 의심된다"며 고해성사격 보고서를 발간하기도 했다.
하지만 애널리스트들은 그들 나름대로 낙관적 전망을 쏟아낼 수 밖에 없는 고충이 있다. 법인영업을 해야하는 증권사 입장에서 애널리스트의 비관론을 달가워할리 없기 때문이다.
실제 색깔 있는 비관론으로 존재감을 과시해온 국내 한 대형증권사 리서치센터장은 작년 말 센터장 자리에서 물러났다.
◆ 작년 종목보고서 중 목표가 '하향' 불과 2%
종목보고서도 예외가 아니다. 외국계에선 당연시되는 '매도(Sell)'보고서가 국내 증권사로부터 나오면 그 자체가 뉴스거리가 된 상황이다.
실제 작년 한 해 동안 증권사들이 제출한 전체 보고서(2만1795건) 중 단 467건만이 투자의견을 하향조정했다.
또, 상장사 목표주가를 제시한 보고서도 2만1308건에 달했지만 목표주가를 하향조정한 것은 1625건에 그쳤다.
특히 미래에셋증권은 작년 발간한 종목보고서 531건 중 투자의견 '하향'을 제시한 경우는 단 3건(0.56%)에 그쳐 부정적인 보고서 내기를 가장 꺼린 것으로 조사됐다.
이어 신영증권이 전체보고서 689건 중 8건(1.16%), 신한금융투자가 1047건 중 14건(1.33%)에 불과했다.
반면, 가장 많은 하향의견을 낸 증권사는 HMC투자증권으로 총 보고서(923건) 중 45건(4.87%)의 하향보고서를 냈다.
이외에 유진투자증권(22건)과 현대증권(22건), 하나대투증권(28건)이 20건 이상의 투자의견 하향 보고서를 제출했다. 삼성증권(121건)과 하나대투증권(121건), 대우증권(126건) 등은 100건 이상 상장사 목표주가를 내렸다.
이런 리서치센터의 생리를 잘 알고 있는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애널리스트는 치어리더"라고 치부하기도 했다.
이 관계자는 "실제 많은 개인투자자들은 국내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이 내놓는 보고서를 참고해 투자하고 있지만 증권맨 중에서 애널 보고서를 믿고 투자하는 이는 없다"며 "오죽하면 애널리스트는 치어리더란 말까지 나오겠느냐"고 전했다.
김용훈 기자 adonius@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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