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블릿PC요? 글쎄요. 계획에도 없고... 교육용이라면 모를까 국내에서는 별로 투자가치가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만"
국내 한 대형 PC업체 관계자의 말이다. 자신들을 포함해 국내 PC시장에서 토종업체들이 워낙 강력한 입지를 차지하고 있는 이유일까. 다른 국내업체들의 반응도 별반 다르지 않다.
현재 애플 등 글로벌 PC업체 사이에서는 생활밀착형 기기인 태블릿PC 개발설이 무성하다. AMD, 델 등의 외산업체들은 '초슬림 노트북'이라 불리는 '울트라씬' 상용화가 한창이다.
토종업체들이 이 같은 '새 먹을거리 찾기'에 투자를 안 한다는 것은 아니다. 다만 국내업체 관계자들은 하나 같이 지난해 재미를 봤던 '넷북'의 성능과 디자인 강화에 더 관심을 두는 모양새다.
실제로 지난해 삼성전자, LG전자, 삼보 등 국내 업체들이 넷북으로 거둔 실적은 눈부시다.
한국IDC에 따르면 이들은 지난해 HP, 델, 애플 등 쟁쟁한 글로벌 업체들을 제치고 나란히 넷북 출하량 '톱3'를 휩쓸었다. 심지어 넷북의 원조라는 대만업체 아수스조차 이들에 밀려 5위에 머물렀다.
하지만 최근 IT리서치 기관 가트너의 통계결과는 의미심장한 메시지를 전달한다.
전 세계 PC 시장 점유율 '톱10'에 국내업체는 삼성 단 한 군데만 진입했다. 삼성조차도 넷북돌풍에 효과적으로 편승해 8위라도 차지한 것이지, 참신한 아이템을 먼저 발굴한 것은 아니다.
모든 사업이나 경영도 마찬가지지만 미래시장은 '속도전'이 생명이다. 손가락만 누르면 모든 게 해결되고 갈수록 제품 모델이 미분화되는 PC시장 추이를 감안하면 경쟁은 더욱 심화될 수밖에 없다.
국내업체들에게 그 때도 외국 사업모델을 모방해 특화시키는 기존 방법으로 '안방 터줏대감'으로만 남을 것인지 묻고 싶다.
요컨대 '세계 8위 대단하다'가 아니라 '더 잘 할 수 있는데 왜 그거 밖에 못하느냐' 문제인 것이다.
그런 점에서 최근 삼성이 '소비자가전전시회(CES) 2010'를 통해 '유비쿼터스 프린팅' 기술을 선보인 점은 반갑다.
이제 빠른 시일 내 삼성을 포함한 국내업체들이 "세계 최초로 XX PC를 개발하고 시장에도 성공적으로 안착해 세계 1위 PC업체로 등극했다"는 소식을 듣는 것만 남았다.
안광석 기자 novus@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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