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해양플랜트 재개로 '희망의 빛' 보여
지난해 국내 조선업은 시련의 시기를 보냈다. 유례없는 해운시황 악화로 신규 발주가 거의 끊겨 최악의 수주 성적을 받아 안았다.
현대중공업·삼성중공업·대우조선해양·STX조선해양·현대미포조선·한진중공업 등 상장 6개사의 2009년 수주액(약 90억 달러)은 전년도에 비해 84% 감소했다. 특히 상선 시장은 전년 대비 91% 줄었고, 해양플랜트 부문은 69%나 감소했다.
조선ㆍ해운시장 조사기관인 클락슨에 따르면 한국 조선업계 수주잔량(지난해 12월 1일 기준)은 5376만 CGT(표준화물선 환산t수)로 집계됐으며, 전체 수주잔량 점유율은 34.3%를 기록했다.
이는 중국 조선업계 수주잔량(5467만 CGT)보다 낮은 수치이며, 수주 잔량 점유율에서도 중국(34.9%)에 이어 2위 자리로 내려앉았다. 지난해 수주 실적(11월 말 기준) 역시 중국은 651만 CGT를 기록, 한국(251만 CGT)을 제치고 1위 자리에 올라섰다.
경인년(庚寅年) 새해에도 국내 조선사들의 상황은 그리 녹록치 않다. 최근 발주 시장이 회복 기미를 보이고 있지만 '큰손'인 글로벌 선사들이 여전히 경영난에 시달리고 있어 대규모 신규 발주는 올해도 기대하기 어렵다는 게 업계의 일반적인 분위기다.
대한상공회의소도 지난해 12월 발표한 '주요 업종의 2009년 실적 및 2010년 전망조사'에서 "조선업종의 경우 수주 잔량이 최장 2년6개월 가량 남은 상황에서 신규 수주가 급격히 줄어들어 힘든 한 해가 될 것이다. 생산과 수출 모두 올해보다 7.7%, 6.5% 감소한 1200만 CGT, 430억 달러에 그칠 것"이라며 암울한 전망을 내놨다.
또한 지난해부터 급격하게 늘어난 선주들의 인도 연기 및 발주 취소 요청이 올해에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일본 미쯔비시 중공업이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2008년 10월부터 2009년 5월까지 전 세계 신규 발주 취소량은 807척에 달한다. 중국 공업정보화부 장비국도 같은 기간 152척(439만 DWT)이 발주 취소됐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로 인해 국내 조선사들의 유휴 인력 및 설비에 대한 구조조정이 불가피 할 것으로 전망된다. 일부 국내 대형 조선사들 가운데 한 곳은 이미 인력 구조조정에 나섰다. 다른 대형 조선사들도 정리해고 등을 포함한 다양한 자구안을 마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대형 조선사의 한 임원은 "지난해는 정말 유례없는 불황을 겪었다. 하지만 선행산업인 해운 시황이 아직도 회복 기미가 없어 조선업은 올해가 가장 큰 위기다"라며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다.
하지만 업계 일각에서는 여러 가지 악재에도 올해 시황이 지난해보다는 개선될 것이라는 보는 의견도 있다. 최근 벌크선·유조선·LNG선 등 상선 발주가 꾸준히 이어지고 있고, 지난해 연기됐던 대규모 해양플랜트 프로젝트가 조만간 재개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
실제로 대우조선은 지난해 12월에만 유조선·드릴십(심해 원유시추선)·로로컨테이너선(자동차·컨테이너 등 다양한 화물을 수송할 수 있는 선박) 해상충력발전기 설치선 등 총 20척을 수주했다. 또한 해양플랜트 및 유조선의 추가 수주도 임박한 상태다.
전재천 대신증권 연구원은 "벌크선 및 유조선을 중심으로 상선 시장이 살아나고 있다"며 "또한 대규모 해양플랜트도 올해는 재개될 것으로 보여, 해당 부문에서 강점을 가진 국내 조선사들이 상대적으로 수혜를 볼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아주경제= 김병용 기자 ironman17@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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