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고척동의 한 아파트를 분양받은 김모(45)씨는 새 아파트로 이사간다는 설레임도 잠시,
최근 눈물을 머금고 분양권을 매도했다. 기존에 살고 있는 아파트가 좀처럼 팔리지 않아 오는 6월 잔금납부가 어려웠기 때문이다.
#지난해 상반기 인천 서구 경서동(청라지구)에서 아파트를 분양받은 최모(35)씨도 아파트 분양권을 내놨다. 직장이 멀어 애초부터 실거주 목적이 아닌 시세차익을 노리고 청약에 나섰다고 최씨는 말했다. 최씨는 "암암리에 분양권이 거래되고 있는 데다 5월부터 전매가 해제될 예정이어서 지금 팔아야 시세차익을 볼 수 있다는 생각에 매도했다"고 말했다.
부동산경기가 좀처럼 회복국면을 맞지 못하는 가운데 분양권 시장의 분위기 또한 심상찮다. 계약금을 포기한 마이너스 프리미엄 분양권 매물이 쏟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주택시장이 비수기에 접어든 데다 건설사들이 양도세 감면 종료 시한(2월 11일)을 앞두고 '밀어내기 식' 분양을 앞다퉈 진행하면서 신규 분양 물량들이 쏟아져 나온 탓이다. 또한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가 주택시장 전반에 영향을 미치면서 기존 아파트들의 거래 또한 정체기를 겪고 있어 갈아타기 움직임도 줄어든 상황이다. 지난 9월 DTI 규제가 강화된 이후 분양시장과 분양권시장이 반사이익을 누렸던 것과는 달리 주변 시세가 급락하자 오히려 역풍을 맞고 있는 것이다.
6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최고 3000만원까지 웃돈이 형성됐던 서울 고척동 벽산 블루밍 아파트 109㎡은 현재 300만~1000만원까지 주저 앉았다. 분양가가 4억7000만원 선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현재는 4억7300만~4억8000만원에 매입이 가능하다. 하지만 매수문의 조차 없다는 것이 인근 공인관계자의 설명이다.
인근 A공인 관계자는 "오는 6월이면 잔금납부를 해야 하는데 기존에 살고 있는 아파트가 팔리지 않아 자금마련에 어려움을 겪는 계약자들이 울며겨자먹기식으로 매물을 내놓고 있다"면서 "하지만 가격이 주변시세에 비해 높은 편이어서 거래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동작구 노량진2동의 래미안트윈파크는 청약 직후부터 최고 1억2000만원의 웃돈이 붙어 실거래까지 이어졌던 것과는 달리 현재 4000만~6000만원에도 매수문의가 끊긴 상태다.
신당동e편한세상도 두어달 전에 비해 분양권 가격이 소폭 상승, 현재는 4000만원 선을 유지하고 있지만 매수희망자는 뜸하다. 인근 C공인 관계자는 "매물은 많이 나와있는 상황이지만 거래가 없어 이 상태가 지속될 경우 다시 시세가 하락할 것으로 보인다"고 우려했다.
이 같은 현상은 수도권 지역에서도 벌어지고 있다. 인천 청라지구 청라자이 아파트. 이 곳은 지난해 9월까지만 해도 1000만원 가량의 웃돈이 형성돼 있었으나 11월에 마이너스로 하락반전했다. 이후 현재는 마이너스 3000만~4000만원 선이다. 같은 지역의 중흥S클래스도 분양권값이 분양가보다 3000만~4000만원 정도 하락해 있는 상태다. 인근 D공인 관계자는 "지난해 상반기 인기를 끌었던 동시분양 물량들도 DTI 규제 강화 이후 분위기를 타면서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자이나 중흥의 경우엔 동시분양 물량보다 입지나 가격적인 면에서 경쟁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마이너스 프리미엄이 붙었다"고 설명했다.
이 밖에도 인근 아파트 단지의 입주물량이 넘치면서 남양주 진접읍의 신안 인스빌 아파트에는 마이너스 500만~1000만원이 붙었다. 또 미분양 물량이 쌓여 있는 용인시 상현동 힐스테이트와 자이 아파트에도 마이너스 프리미엄이 붙은 상태다.
용인시 상현동의 한 공인중개사 관계자는 "마이너스 프리미엄이 붙어 가격이 저렴하다 하더라도 힐스테이트나 자이아파트는 주변시세(1200만~1250만원 선)보다 분양가(3.3㎡당 1700만원 대)가 높았기 때문에 투자목적으로나 실거주 수요가 전혀 없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지난해 분양됐던 단지들 가운데 올해 전매가 해제되는 단지들이 많아 매물이 한꺼번에 쏟아지면 가격 폭락의 우려가 있다"며 "예비수요자들의 경우 내집마련이 한층 쉬워질 전망이지만 대출로 주택을 마련한 기존 실수요자들은 피해가 클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아주경제= 권영은 기자 kye30901@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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