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정은(왼쪽·사진) 현대그룹 회장과 최은영(오른쪽·사진) 한진해운홀딩스 회장은 각각 신년사를 통해 새해 경영목표를 제시하며 그룹 안팎의 각종 악재들에 대해 정면 돌파의지를 다졌다. |
국내 해운업계의 '여장부'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과 최은영 한진해운홀딩스 회장이 지난해 아픔을 뒤로 하고, 그룹의 힘찬 비상을 위해 새해 벽두부터 분주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현대그룹은 2009년 최악의 해운 시황으로 그룹 주력사인 현대상선이 대규모의 영업적자(4836억원·3분기 기준)를 기록했다. 또한 현정은 회장의 방북에도 금강산 및 개성 관광 등 대북사업의 막힌 물꼬는 트이지 않고 있다.
한진해운은 선복량 기준으로 지난해 세계 9위를 기록해 전년도(11위)에 비해 2단계 올라섰지만, 영업이익은 2008년 3344억원에서 2009년 -8918억원(예상치)을 기록, 적자로 돌아섰다.
하지만 이들은 각각 신년사를 통해 새해 경영목표를 제시하며 그룹 안팎의 각종 악재들에 대해 정면 돌파의지를 다졌다.
◆"도약의 전기 마련한다"
현정은 회장은 지난 4일 발표한 신년사를 통해 "올 한해 어떤 난관이 우리를 가로막을지라도 이를 극복하겠다는 '승풍파랑(乘風破浪·바람을 타고 파도를 헤쳐 나간다)'의 각오로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그룹의 새로운 도약을 위한 발판을 마련할 것임을 강조했다.
이를 위해 현 회장은 2010년 현대그룹의 주요 추진과제로 △신성장 사업을 발굴 △흔들림 없는 대북사업 추진 △영업력 강화 △경영관리 시스템 선진화 △신조직문화 '4T' 정착 등을 꼽았다.
특히 신성장 사업발굴의 일환으로 현 회장은 현대건설 인수 의사를 다시 한번 대내외에 강력하게 밝혔다. 이는 현대그룹이 새로운 도약을 위해서 반드시 현대건설이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최은영 회장도 지주사 전환이라는 승부수를 띄었다. 이에 대해 최 회장은 "급격한 환경변화에 유기적으로 대처하고 지속성장 가능한 미래형 기업구도를 확립하기 위해서는 책임 경영과 핵심역량 집중이 가능한 지주회사로의 전환은 피할 수 없는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지주사 전환을 통해 최 회장은 유동성을 확보하는 한편 수리조선소·3자 물류·터미날 사업 등 미래 먹거리 사업에 전력을 기울일 예정이다.
실제로 한진해운은 최근 중국 순화해운과 합작으로 설립한 수리조선소인 절강동방수조선유한공사(ZESCO)에 제 3자 배정 유상증자 형식으로 투자유치를 결정했다.
◆관건은 '실적'
만약 현 회장과 최 회장의 올해 사업 구상대로 실행된다면 현대그룹과 한진해운은 제 2의 창업과 맞먹는 도약을 이룰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주력 계열사인 현대상선과 한진해운이 부진에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이들의 구상은 '사상누각'에 불과하다. 그룹의 '캐시카우'인 해운업의 실적이 회복되지 않을 경우 신규 사업에 투자할 여력이 없기 때문.
현대그룹이 현대건설을 인수할 경우 3조~4조원의 인수 자금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한진해운홀딩스가 지주회사의 요건을 갖추기 위해서는 한진해운 지분율을 20% 이상 취득해야 한다.
현재 한진해운홀딩스는 한진해운 지분을 12.2% 보유하고 있다. 따라서 7.8% 이상 추가 지분 취득이 필요하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지주사 전환·현대건설 인수 등에는 막대한 자금이 필요하다"며 "주력 계열사가 어려움을 겪고 있어 자금 마련이 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아주경제= 김병용 기자 ironman17@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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