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첫날부터 이어져 온 원·달러 환율급락세가 사흘째 이어지고 있지만 외환당국이 시장개입을 자제한 채 관망세를 보이고 있어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지난해 IT와 자동차 등 수출기업이 선전했던 가장 큰 이유가 고환율 덕분이었는데, 연초 환율 하락세가 이어지면서 회복 국면을 보여 온 국내 경제에도 자칫 악영향이 미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6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정책당국은 지난해 하반기 이후 가파른 회복국면을 보여온 한국경제가 새해 벽두부터 가라앉지 않고 있는 환율급락세에 어떤 영향을 가져올 지를 파악하느라 하루 종일 어수선한 분위기였다.
환율 급등락시 시장개입여부를 판단하게 되는 재정부 국제금융국 담당자들은 전날에 이어 이날도 긴박하게 흐르는 외환시장 흐름을 예의 주시하는등 분주한 모습을 연출했다 .
원·달러 환율은 지난해 12월30일 1164.5원을 시작으로 올해 들어 1월 4일(1154.8원), 1월5일 (1140.5원)에 이어 이날도 전날보다 4.1원 내린 1136.4원으로 5거래일 연속 하락세가 이어졌다. 이 기간동안 무려 34.8원이나 하락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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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원화값 강세가 특히 주목되는 이유는 보수적인 포트폴리오를 운용하던 투자세력이 올해 강세를 보일 통화리스트에 원화를 올렸다는 분석이 설득력있게 나오고 있다는 점이다.
역외 투자세력은 4일과 5일 이틀동안에만 무려 25억 달러 가까이 팔자 물량(순매도 기준)을 쏟아냈다. 이는 글로벌 경기회복이 위험자산 선호 심리와 맞물리면서 역외세력의 달러 매도로 이어지고 있다는 게 정책당국의 판단이다.
여기에 환율이 계속 내려갈 것으로 보이자 수출업체들까지 네고 물량을 조기에 내놓고 외국인의 주식자금 유입이 어우러지면서 환율 하락세를 부추기고 있는 셈이다. 일부에서는 원·달러 환율하락세가 한달 이상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정부가 환율 급락세에 즉각적인 대응을 자제하고 있는 것은 당초 1230원을 기준으로 올해 예산안을 편성했다가 뒤늦게 하향조정한 것과 맥락을 같이 한다는 게 경제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정부 역시도 당장 우리 경제에 대한 밝은 신호들이 환율을 떨어뜨릴 요인으로 작용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인식하고 있다는 것.
반면 원화 강세가 한국 경제의 펀더멘털이 건강하다는 점을 방증한 것으로 물가안정과 경상수지흑자 폭 개선 등 장기적으로는 호재가 될 것이라는 반론도 만만치 않게 제기되고 있다.
원화 강세가 통상 외환 수급 측면에서 무역수지 흑자폭이 커지거나 자본수지 흑자가 확대됐다는 것을 의미하고 있다.
아울러 폭설로 일부 농축수산물 가격이 급등하고 있는 가운데 석유류 등 공산품도 들썩이고 있어 환율하락이 물가안정효과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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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휘발유 가격은 지난해 11월 15일 리터당 1658.10원으로 단기 고점을 찍은 이후 꾸준히 내렸다가 지난달 28일 리터당 1637.17원을 기록했다.
이어 지난 연말에 리터당 1640원대로 올라섰다가 1원 이내에서 등락하던 휘발유값이 이번 주 들어 이틀 만에 리터당 3.86원이나 올랐다.
정대희 한국개발연구원(KDI) 박사는 "우리나라의 제조업이 원자재나 중간재를 수입에 의존하는 비중이 커서 환율하락이 공업 등 석유류에서 상승압력이 많이 상쇄되는 쪽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주경제= 김선환 기자 shkim@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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