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지이 히로히사(藤井裕久.77) 재무상이 건강문제로 6일 전격 사임했다. 일본 내각의 대들보이자 하토야마 총리의 강력한 후원자였던 후지이 재무상의 사퇴로 하토야마 총리의 내각 운영이 차질을 빚게 됐다.
18일 정기국회를 앞둔 상황에서 재무상이 물러남으로 예산 작업에도 악영향이 불가피하다.
하토야마 총리는 국회 예산 심의에 미칠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후지이 재무상과 함께 예산편성 등 재정 문제를 다뤄온 간 나오토(菅直人.63) 부총리 겸 국가전략담당상을 새 재무상에 임명했다.
따라서 향후 일본의 경제정책은 하토야마 정권 출범이후 자리잡고 있는 기존 정책에서 큰 변화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후지이 재무상은 건강상의 이유로 전날 하토야마 총리를 만나 사의를 표명했다.
하지만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총리는 이날 아침 기자들에게 "의사의 판단을 본뒤 최종적으로 결정하겠다"면서 "가능한 한 계속 직무를 수행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후지이 재무상 본인이 직무 수행이 어렵다고 거듭 밝혀 이날 사표를 수리하고 후임 인선까지 마쳤다.
후지이 재무상은 고령으로 고혈압 증세가 있는데다 예산작업의 격무를 견디지 못하고 작년 12월 28일부터 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아왔다.
그는 현재의 건강상태로는 정기국회 회기 150일 동안 거의 매일 국회에 출석해 하루 7시간의 예산심의와 답변을 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하토야마 총리에게 후지이 재무상의 부재는 단순히 한 각료의 사임 이상의 '상실'이다.
전 대장상 출신인 후지이 재무상은 하토야마 총리의 '경제 교사'이자 정치적 후견인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작년 총선에서 승리해 내각을 발족할 당시 하토야마 총리는 오자와 이치로(小澤一郞) 간사장 측의 반대를 무릅쓰고 후지이씨를 재무상에 기용했다.
후지이 재무상이 사임을 결심한 것은 오자와 간사장 측과의 불화와 예산을 둘러싼 견제도 큰 작용을 했을 것이라는 관측이 무성하다.
후지이 재무상이 사임했지만 하토야마 내각의 경제정책에는 변화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하토야마 총리는 간 부총리를 재무상에 기용한 뒤 "간 부총리는 예산 편성을 측면에서 떠받쳐 왔다. 후지이 재무상도 그렇게 얘기했다. 적임자다"라고 말했다.
재정정책을 포함한 각종 경제정책의 연속성과 지속성을 위해 가장 무난한 간 부총리를 선택했다는 의미다.
간 부총리가 과거 경제정책과 예산을 제대로 다뤄본 적은 없지만 국가전략담당상을 맡은 이후 후지이 재무상과 함께 작년 추경 편성과 올해 예산작업을 주도해 현 정권의 경제정책을 꿰고 있다.
간 신임 재무상의 발등에 떨어진 불은 오는 18일부터 열리는 정기국회에서 야당을 설득해 예산심의를 무난히 넘기는 것이다.
야당은 92조엔으로 사상 최대 규모인 올해 예산안을 올 여름 참의원 선거를 겨냥한 '퍼주기 예산'으로 규정해 복지관련 예산의 수술과 함께 재원 문제, 댐과 도로 등 공공사업의 중단 문제를 파고든다는 방침이다.
내년부터 대폭 증가할 자녀수당 등 복지예산의 염출과 선진국 최악 수준으로 악화된 재정건전성을 개선하는 것도 큰 숙제다.
경기가 침체한 상태에서 물가가 하락하는 디플레이션에 빠진 경제를 추스르는 것도 시급하다.
아주경제= 인터넷뉴스팀 기자 news@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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