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유키 여사는 김 여사가 절인 배추에 양념을 싸서 입에 넣어 주자 “밥도 주세요”라고 익살스럽게 말해 좌중의 폭소를 자아냈다. 평소 열렬한 한류팬인 그녀가 ‘내조 외교’에 나선 것이다.
하지만 일본내 정적과 일부 보수층의 감정을 자극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러나 일본내 잠재해 있을지도 모를 일부의 반한(反韓) 감정은 욘사마(배용준)에 열광하는 일본여성과, 최지우를 초청했던 고이즈미 전 총리의 행동으로 이미 누그러져 있어 미유키 여사의 한류(韓流) 표출이 한층 편했을 것이다.
류(流)는 큰 물줄기이고, 경우에 따라 쓰나미처럼 파괴적이어서 일부의 의견이 돌출할 틈을 주지 않는다. 그런 한류를 우리와 ‘그들이 동시에 만들어 가고 있다. 일본뿐만 아니라 홍콩, 대만, 태국, 베트남 등 아시아를 휩쓰는 연예계 한류를 보면 우리 스스로도 많이 놀란다.
지난 해 12월21일 새벽 1시(현지시간) 태국 방콕 다운타운의 ‘시암 파라곤’(SIAM PARAGON) 이라는 백화점에서 깜짝 놀랐다. 백화점 입구 계단에서 대학생으로 보이는 여학생이 우리나라 노래를 부르고 있기 때문이었다.
슈퍼주니어의 ‘쏘리쏘리’. “sorry sorry sorry sorry 내가 내가 내가 먼저 네게 네게 네게 빠져 빠져 빠져 버려 baby…” 그 여학생이 그 뜻을 알고 부르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적잖은 충격을 받았다.
실제로 태국 청소년 10명중 9명은 ‘원더걸스’ 멤버를 안다고 한다. 현지 음반관계자는 태국의 한국음반 판매량이 해외음반 중 50~60%라고 했다. 한국 드라마 '주몽', '이산'에 실린 한국의 역사도 알고, 왕실의 가족관계까지 술술 얘기하는 태국청소년들도 허다하다. 현재 태국에서 방영되고 있는 한국 드라마만 30편 가까이 된다.
현지에서 만난 가이드는 “태국 출신 닉쿤이 포함된 2PM과 슈퍼주니어, 비의 태국 내 인기는 하늘을 찌른다”고 말했다.
‘비’가 한번 타고 내린 지하철 가격은 400바트(BART)에서 1000바트로 올랐고 그 코스는 관광명소가 됐다고 한다.
슈퍼주니어의 '쏘리 쏘리'는 태국 청소년들의 휴대폰 MP3의 최고 인기곡이고, 원더걸스의 '노바디'는 춤까지 따라할 정도라니 놀라울 뿐이다. 지난 2월 열렸던 'SM Town 콘서트'의 경우 3만8000여명이 몰리면서 북새통을 이뤘다고 한다.
이 같은 한류 열풍은 단순히 연예계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한국 연예인들이 쓰는 제품은 물론, 한국과 관련된 숱한 제품들이 불티나게 팔리고 있는 것.
그런 한류가 이제는 먹거리로 옮겨져 불붙고 있다. 먹거리 한류의 시작도 일본인들이다. 김치는 시작된 지 오래고, 명동에서는 일본인 관광객 전문 막걸리 주점이 여러 곳 등장했다.
나라 밖에서 바람이 부는 것은 ‘한류’의 구성 실체가 워낙 좋기 때문이다. 우리가 우리의 좋은 것을 여태 몰랐던 것이다. 겸손했던 게 아니라 외제 앞에서 우리 스스로를 너무나 평가절하했기 때문은 아닐까.
아주경제= 박상권 기자 kwon@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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