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부채상환비율(DTI)이 수도권 전역으로 확대된 9월 이후 분양시장이 반사이익을 봤다지만 분양권 시장은 좀처럼 움직이질 않고 있습니다. 기존 주택 거래가 뜸해지면서 오히려 역풍을 맞고 있는 상황입니다. 기존 주택거래가 안 되니 잔금마련이 어려운 계약자들은 울며겨자먹기 식으로 매물을 내놓고 있지만 지난해 하반기부터 거래가 안 되는 상황입니다".
서울 고척동의 한 공인중개사 관계자는 이 같이 말하면서 한숨을 내쉬었다.
DTI 규제 강화 이후 기존 주택거래가 마비되면서 분양권 시장도 직격탄을 맞고 있다. 계약금을 포기한 마이너스 프리미엄 분양권 매물이 쏟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주택시장이 비수기에 접어든 데다 건설사들이 양도세 감면 종료 시한(2월 11일)을 앞두고 '밀어내기 식' 분양을 앞다퉈 진행하면서 신규 분양 물량들이 쏟아져 나온 것도 하나의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상황은 더욱 악화될 것으로 보인다. '반값 아파트'로 불리는 보금자리주택이 공급을 앞두고 있고 최근에는 주택공급제도가 바뀌면서 경기 및 수도권 지역에서도 서울 강남 입성의 기회가 확대됐기 때문이다. 그나마 있었던 잠재수요도 서울 진입 대기수요로 전환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분양권 시세도 맥을 못추고 있다. 입지나 권역별로 웃돈이 형성된 곳도 있지만 금융비용 등을 감안하면 오히려 손해라는 것이 인근 공인관계자들의 설명이다.
7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최고 3000만원까지 웃돈이 형성됐던 서울 고척동 벽산 블루밍 아파트 109㎡의 웃돈은 현재 300만~1000만원이다. 분양가가 4억7000만원 선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현재는 4억7300만~4억8000만원에 매입이 가능하다. 하지만 매수문의 조차 없다고 인근 공인관계자는 말했다.
동작구 노량진2동의 래미안트윈파크는 청약 직후부터 최고 1억2000만원의 웃돈이 붙어 실거래까지 이어졌던 것과는 달리 현재 4000만~6000만원에도 매수문의가 끊긴 상태다.
이 같은 현상은 수도권 지역에서 두드러지고 있다. 보금자리주택 2차지구인 남양주 진건지구와 인접한 진접읍의 신안 인스빌 아파트는 현재 시세가 분양가보다 500만~1000만원 하락한 상태다. 보금자리주택 공급을 기다리는 대기 수요가 많은 데다 인근 아파트 단지의 입주물량이 넘치면서 매수자를 찾기란 '하늘의 별따기'라는 것이 인근 공인 관계자의 설명이다.
지난해 상반기 청약 광풍을 몰고 왔던 인천 청라지구에서도 마이너스 프리미엄 단지가 나타났다. 청라자이 아파트는 지난해 9월까지만 해도 1000만원 가량의 웃돈이 형성돼 있었으나 현재는 마이너스 3000만~4000만원 선이다. 같은 지역의 중흥S클래스도 분양권값이 분양가보다 3000만~4000만원 정도 하락해 있는 상태다.
미분양 물량이 쌓여 있는 용인시 상현동 힐스테이트와 자이 아파트에도 마이너스 프리미엄이 붙은 상태다.
용인시 상현동 H공인 관계자는 "마이너스 프리미엄이 붙어 가격이 저렴하다 하더라도 힐스테이트나 자이아파트는 주변시세(1200만~1250만원 선)보다 분양가(3.3㎡당 1700만원 대)가 높았기 때문에 투자목적으로나 실거주 수요가 전혀 없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지난해 분양됐던 단지들 가운데 올해 전매가 해제되는 단지들이 많아 매물이 한꺼번에 쏟아지면 가격 폭락의 우려가 있다"며 "예비수요자들의 경우 내집마련이 한층 쉬워질 전망이지만 대출로 주택을 마련한 기존 실수요자들은 피해가 클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아주경제= 권영은 기자 kye30901@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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