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벽두부터 환율이 요동치고 있다. 원/달러 환율이 첫 거래 이틀간 24원이 하락하여, 15개월래 최저치를 기록하였다. 이는 두 가지 요인 때문이었다. 하나는 외국인들의 국내 주식 매수였고, 다른 하나는 달러 약세였다.
외국인들의 국내 주식매수는 그만큼 한국 주식시장이 매력적이고 한국경제가 양호하기 때문이라 문제될 것이 없다. 국제금융센터가 주요 외국계투자은행의 2010년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을 살펴본 결과 평균 5%였다. 이는 미국, 유로, 일본에 대한 전망치의 2~3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외국인 입장에서는 한국시장이 그만큼 매력적일 수밖에 없다.
문제는 달러 약세이다. 이는 미국에 뭔가 문제가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어서, 당장은 아닐지라도 결국엔 한국에게 충격을 줄 것이란 불안감을 자극한다. 그러나 필자의 생각은 다르다. 2010년은 달러 강세의 해가 될 것이며, 그 이면에는 미국의 금리정책이 버티고 있다.
새해 첫 날 달러가 약세를 보인 것은 미국의 중앙은행인 연준의 의장 버냉키의 발언 때문이었다. 1월 3일 American Economic Association이라는 미국의 경제클럽에서 버냉키의장이 금리인상보다는 규제강화가 더 중요하다는 취지의 연설을 하였다. 이는 미국의 금리인상이 늦춰질 것이란 해석을 낳으며 달러약세를 초래하였다.
통상 한 나라의 금리인상은 해당 국가 통화의 강세요인으로 작용한다. 국제투자자금이 더 높은 금리를 찾아 이동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12월에는 미국의 금리인상이 앞당겨질 것이란 전망이 부각되며 달러 강세가 나타났던 것이 그 같은 맥락이었다. 그런데 새해 첫 날에는 반대의 상황이 나타난 것이다.
그런데, 버냉키의장의 실제 발언 내용은 그렇지 않았다. 버냉키의장은 2004년 이후 미국의 주택버블은 저금리가 직접적 요인이 아니었고, 향후 새로운 위기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통화정책보다는 규제강화가 더 중요하다는 의미로 연설하였다. 즉, 앞으로 감독당국의 규제활동을 확대해야 한다는 필요성을 역설하였을 뿐이며, 금리인상 시기에 대해 가타부타 언급이 없었다. 금융시장이 확대해석한 것이다.
이쯤에서 이전 미국의 금리인상 시기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IT버블 붕괴와 9.11테러 영향으로 연준은 2001~2002년 동안 장기간에 걸쳐 금리를 인하하였고, 2003년에는 낮아진 금리를 유지하였다. 그러다 2004년 6월부터 금리인상을 시작하였는데, 주목되는 것은 미국의 금리인상에 앞서 2004년 상반기 중 달러 강세가 전개되었다는 점이다.
2010년은 2004년의 상황이 재현될 뿐 아니라, 달러 강세가 그 때보다 오래 지속될 전망이다. 2004년에 비해 금리인상이 강도 높게 진행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아직은 2010년 금리인상에 대해 구체적인 언급이 없지만 오는 6월 또는 8월에 금리인상을 단행할 가능성이 높다. 2004년에도 연준은 3월까지 ‘금리인상에 신중을 기할 것’이란 입장을 보이다가 6월에 금리인상을 한 바 있다.
따라서 금리인상에 앞서 2010년 상반기 중 달러 강세가 시작되고, 하반기에는 금리인상이 예상보다 강도 높게 진행되며 달러 강세를 연장시킬 것이다. 물론 달러 강세가 모든 통화에 똑같이 적용되지는 않을 것이다. 미국보다 경기회복도 느리고 금리인상폭도 작을 유로나 일본에 대해서는 달러 강세가 강하게 진행될 것이고, 중국이나 한국 등 미국보다 성장률이 높은 국가에 대해서는 그 강도가 덜할 것이다.
분명한 것은 달러 약세가 일방적으로 전개되지는 않을 것이며, 이 때문에 전세계 경제와 금융시장이 혼란에 빠지지는 않을 것이란 점이다. 새로운 해가 시작될 때는 언제나 불필요한 기우가 부각되기도 한다. 이번에는 달러 약세가 바로 그것인데, 금융시장의 역사를 살펴볼 때 2010년은 오히려 달러 강세의 해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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