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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렌드 칼럼) 행복한 하나 뿐인 도시, 론니 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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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0-01-17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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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전 서울시 인구는 170만 명, 주택은 약 3만 동의 무허가 건물까지 합해서 19만 동 정도를 헤아리고 있었다. 이 19만 동의 주택 중 전쟁으로 완전히 잿더미가 된 것이 3만 5천 동, 반이 불에 타 개축하지 않으면 사람이 거주할 수 없는 것이 2만 동이 넘었다.

공공건물의 경우는 그 정도가 훨씬 더 심했다. A는 내부가 완전히 불타버렸고 B와 철도국, C는 형체조차 알아볼 수 없었으며, D거리 입구의 중앙 우체국은 벽면만 남아 있었다. 각급 학교 교실 4,500개가 불탔고 온전하게 남은 파출소는 거의 없었다.

561개의 공장이 파괴되어 운행이 중단되었고 E의 인도교를 비롯하여 48개의 교량이 파괴되어 교통은 거의 마비였다. 폐허라는 말로밖에는 다른 표현을 할 수 없게 된 거리에는 수많은 전쟁고아가 방치되어 있었고 수천의 여인이 몸을 팔아 생계를 유지하고 있었다”

   
1950년 전쟁 중 폐허가 된 서울 도심
 A = 서울역, B = 용산역, C = 청량리역, D = 충무로, E = 한강

60~70대들의 기억 속에 바로 엊그제 본 듯 또렷한 6.25 전쟁 전후 서울의 모습이다. 1928년 생으로 서울시 도시계획의 산증인인 손정목 전 서울시립대 대학원장이 기록했다.

이런 서울이 60여 년이나 지난 후인 지난 해 말에도 세계 여행자들이 지목한 최악의 도시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고 한다. 세계 여행객들이 정보를 공유하는 인터넷 사이트인 ‘론리 플래닛’(Lonely Planet)외로운 행성)에 의해서다. 이런 이야기를 전해들은 누리꾼들은 공감 일색이다. “말 참 잘했다” “아름다움이라고는 눈꼽만치도 찾아 볼 수 없다” “청계천 복원도 광화문 광장도 별로다” “삭막한 인심도 저질 인격도 싫다” 등. 비난의 목소리가 큰 반면 동정하는 소리는 소곤소곤 작다. “그래도 이나마 어디냐?” “도시계획이 엉망인 건 이해관계자들의 등쌀 탓이다” 등.

   
남산 서울타워에서 내려다 본 서울 전경
 

어떤 주장이 일리 있건 ‘서울’에 대해 새삼스런 관심을 불러 일으킨 건 매우 잘된 것 같다. 누리꾼들이 퍼나르고 주요 미디어가 인용해 전국적인 화제가 되었다. 심지어 서울시도 공식대응을 한다고 오버다. 인터넷 사이트의 파워가 제도권 미디어보다 세다는 게 입증됐다. 그러거나 말거나 정작 주목하고 싶은 건 이런 관심이 언제까지 갈 것인가? 하는 것이다. 그만큼 이 주제는 역사적인 의미가 있다.

‘오세훈 서울시’의 전략적 모토(Moto)는 ‘디자인 수도’다. 종로통 지저분한 간판을 바꿔 주더니 강남역 인도에 첨단 디지털 탑을 세웠다. 광화문 복판에 광장을 만들었고 깜짝 놀랄 스노보드쇼 이벤트도 선보였다. 시청앞 광장에선 거의 연일 예술 공연을 펼친다. 올림픽 공원에서 펼친 디자인 올림픽 행사는 매우 야심적이었다. 시 청사의 리모델링 구상은 상상초월 최첨단이다. 나아가 용산 국제업무도시 개발 계획과 한강르네상스 구상 등은 획기적이다. 이를 위한 가로와 노점정비, 재래새장 현대화, 도심 재개발 계획 등이 서울 전역에서 진행 중이다. 

   
서울의 미래 모습
 

이 모든 노력은 55년 전 서울의 불쌍한 모습을 떠올리기 싫어하는 전후세대나 2010년에도 세계 최악의 도시로 꼽는 여행자들에게나 칭찬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이 칭찬은 10년, 20년 계속 되어야만 의미가 있다. 정치의 풍향이나 시장의 취향에 따라 변한다면 말짱 도루묵이다.

손정목 교수 등 초창기 서울 도시계획 관계자들은 서울시 재정이 없어서 민간 자본위주로 첫 개발을 시작했던 게 가장 후회되는 점이라고 한다. 오늘날도 도심지 개발은 자산가들과 브로커들의 막대한 분양수익 욕심에 떠밀려 난개발로 방치되기 일쑤다. 론니 플래닛 여행자들이 좋아 한다는 600년 고도(古都)의 자취는 커녕, 자국민들의 호주머니를 노리는 상혼(商魂)이 지천(地天)에 널렸다. 이 모든 퇴영(退嬰)이 마침 새해에 내린 폭설에 묻혀 드러나지 말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들기도 한다.

론니 플래닛의 의미는 지구별처럼 대기가 있어 생명이 번성한 행성은 단 하나 뿐이다,이기도 하지만 그만큼 수천조 개의 행성 중 외로운 한 개로 티끌만치 작아 훅 불면 날아갈 연약한 행성이다, 라는 뜻도 숨어 있다. 이처럼 서울은 전 세계에 단 하나 뿐인 단 기간 번영 도시이기도 하지만 급속 팽창의 부작용이 하늘과 땅에 충만한 위험한 몰상식한 도시이기도 하다.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 우리 세대의 몫이다.

미래없는 외로운 도시로 전락할 것인가? 물질과 정신 모두 풍요한 행복한 하나뿐인 ‘론니 서울’(Lonely Seoul)로 남을 것인가?

일부의 정치적 논란과 구설수, 이해관계자들의 으르렁거림에도 불구하고 서울은 아주 획기적으로 변해야 한다. 지금의 중장년층들이 무작정 상경해서 전후 복구와 인구증가의 혜택을 실컷 누려 잘 먹고 잘 살았던 것처럼 다음 세대는 맑고 부드러운 서울의 공기, 아름다운 도심 풍경을 마음껏 누려야 한다. 도시에서 마음의 풍요를 느끼도록 지금 중장년 세대가 노력해 주어야만 한다. 이것은 중장년 세대가 해야 할 최소한의 인간적 도리(道理)이고 서울에서 받은 혜택에 대한 보은(報恩)이다. 이제 서울에 진 신세를 갚을 때도 되었다.   

   
1950년 전쟁으로 서울 폐허된 풍경
 

   
1960년대 서울 남대문로
 
   
1960년대 서울 명동 거리
 
   
1960년대 서울 남대문로
 
   
1980년 대 서울 도심
 
   
2000년 대 서울
 
   
우면산에서 내려다본 서울 강남
 
쳌쳌쳌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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