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금리 인상, 정부 압박에 '하반기'에나

정부가 기준금리를 놓고 한국은행을 강하게 압박하고 있어 금리 인상은 하반기 이후로 미뤄질 전망이다.

허경욱 기획재정부 1차관은 지난 8일 정부 관계자로는 11년 만에 처음으로 한은 금융통화위원회에 참석해 '열석발언권'을 행사했다.

열석발언권은 재정부 차관이나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금통위에 참석해 정부의 입장을 밝힐 있도록 한은법 91조가 보장한 권리다. 정부는 그동안 한은의 독립성을 보장하기 위해 권리 행사를 자제해 왔다.

하지만 정부가 글로벌 금융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기관 간 공조가 중요하다고 판단하고 정부 입장을 통화정책에 반영하기 위해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다.

정부가 금통위에서 공식 입장을 표명함에 따라 금리 인상 시기는 상당폭 지연될 것으로 보인다.

한은은 과잉 유동성 억제를 위해 기준금리를 올릴 태세를 취하고 있는 반면 정부는 민간 부문 경제 회복을 독려하기 위해 확장적 통화 정책을 기대하고 있다.

정부와 한은 양측 모두 열석발언이 통화정책 결정에 아무 영향을 못 미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시장 관계자들은 정부가 장기간 금통위에 참석할 경우 금통위원들이 정부 입장을 감안해 금리 정책을 취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한은 고위 관계자는 "정부 고위 당국자가 금통위에 참석하는 것 만으로 금통위원들은 소신 발언을 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앞으로 통화정책 결정에 정부의 입장이 어느정도 반영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한은도 당장은 금리를 올릴 계획이 없어 정부의 입장을 거부감 없이 받아들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성태 한은 총재는 이달 금통위 직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초저금리가 현재로선 부작용이 없다"며 금리 인상시기가 늦어질 수 있음을 시사했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금리 인상 시기를 당초 올 1~2분기에서 2~3분기 이후로 늦추고 있다.

장보형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원은 "고용한파, G20와의 정책 공조 필요성도 근거가 있고 열석발언권 행사 등에서 보듯 정부의 금리 동결 의지가 강해 당분간 금리인상 가능성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이명박 대통령이 오는 6월 캐나다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에서 출구전략 시행 여부가 결정될 것이라고 밝혀 금리 인상은 하반기에나 이뤄질 것이라는 분석도 힘을 더했다.

대부분의 채권 전문가들도 올 상반기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이 낮거나 없는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하반기에도 경기 회복이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는 판단이 설 때 금리를 올릴 것"이라며 "현재 물가 부담도 없어 빨라야 6월 이후에나 금리 인상이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아주경제= 김유경 기자 ykkim@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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