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당국이 시장 교란의 주범으로 꼽히는 단기 투기성 자금의 대규모 국내 유입 가능성에 긴장하고 있다.
특히 연초 변동성이 커진 틈을 타고 한동안 주춤했던 '엔캐리 트레이드'가 부활할 조짐을 보여 외환시장 혼란이 가중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외환당국 관계자는 10일 "최근 달러와 함께 엔화가 동반 약세추이를 보임에 따라 '엔캐리 트레이드'의 국내유입 움직임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핫머니 성격을 띤 단기 투기성 자금의 준동가능성을 경고하고 나선 셈이다.
기획재정부와 외환시장에 따르면 지난주 엔·원 환율이 9거래일 연속으로 하락하면서 1213원으로 마감, 1100원대 진입을 목전에 두고 있다. 한달 보름 전까지만해도 100엔당 1300원대를 웃돌았던 엔·원 환율이 한달여만에 무려 130원 가량 급락한 셈이다.
엔·원 환율은 지난해 11월말 1345.69원(서울외국환중개 고시기준)으로 단기고점을 찍은 후 하락추세로 전환된 이후 좀체 상승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최근 임명된 간 나오토 일본 재무상의 엔화 약세 발언도 불난 집에 기름부은 격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 발언의 여파로 지난주 엔·달러가 4개월 만에 처음으로 93엔대 중반까지 폭락했고 그 불똥이 고스란히 엔·원 환율하락으로 전이되는 모습이다.
엔화가 약세를 보이자 '엔을 팔고 원화를 사려는 크로스 거래'가 횡행, 원화강세에 지속적인 압력을 가하고 있다. 문제는 이렇듯 원화에 베팅하는 해외 투기자금의 성격과 규모를 파악하기가 상당히 어렵다는 데 당국의 고민이 있다.
캐리트레이드가 자본이 부족한 신흥국들에 투자자금을 제공하는 긍정적 측면이 있지만 금융위기가 채 극복되지 않은 상황에서 언제든지 핫머니 성격으로 돌변, 이들 나라들을 외환위기로 내몰 수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우리 경제는 연초부터 계속된 원·달러 환율이 1100원대까지 내려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어 벌써부터 수출 경쟁력을 걱정해야 할 판이다. 이같은 원·달러 하락세 역시 달러캐리트레이드가 저간에 깔려 있다는 분석이 설득력있게 제기된 바 있다. 이달 기준금리 동결로 달러캐리트레이드가 확대될 여지는 그만큼 줄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엔·원 환율 하락의 변동폭이 확대됐다는 점이 엔캐리 세력과도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이에따라 엔캐리 등 핫머니의 대규모 투자와 급격한 청산이 가져올 외환시장 혼란이 올해 경기회복의 또다른 걸림돌로 작용하지 않게 하려면 대책마련을 서둘러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윤증현 재정부 장관은 지난 5일 금융계 신년인사회에서 "소규모 개방경제로서의 제약을 염두에 두고 외환부문의 리스크 관리 시스템을 정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아주경제= 김선환 기자 shkim@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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