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부터 불어닥친 환율하락 여파가 올해 13% 수출목표에 걸림돌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난해 금융위기에도 불구하고 410억 달러에 달하는 경상수지 흑자를 달성했다. 수출이 크게 줄었지만 환율 상승으로 반사효과가 컸기 때문이다.
그러나 올해 벽두부터 이같은 바램은 물건너갔다는 게 경제전문가들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특히 원·달러 급락세는 예견됐지만 엔·원 환율의 하락폭이 최근 15개월새 최저 수준으로 내려앉는등 엔화약세의 파고가 드세지고 있다는 것이다.
◆ 환율 하락세..수출 악영향 감수? = 지난주 원·달러 환율은 하락세가 이어지며 1130원대까지 주저앉았다. 벌써 올해들어서만 40원 가까이 떨어진 셈이다. 경제전문가들은 올해 우리 정부의 경제성장률 5% 달성에 가장 큰 위험요소로 '환율하락'을 꼽은 바 있다.
벽두부터 이같은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다. 적정환율로 제시된 1100원대 돌파도 시간문제라는 인식이 커지고 있다. 그러나 정부는 시장개입을 주저하고 있다. 폭설에 따른 농수축산물 가격 앙등, 국제유가가 80달러선을 돌파하면서 15개월래 가장 높은 추이를 보이고 있지만 환율 하락이 물가안정에 도움이 된다는 판단에서다.
무역의존도가 90%를 웃도는 우리로서는 그날 그날의 환율등락에 일희일비할 경우 경제심리에 악영향을 불러올 수 있다.
◆ 환율 급락 원인은 '캐리자금' = 경제전문가들은 올초 환율 하락의 원인으로 달러캐리자금의 국내유입을 꼽고 있다. 캐리트레이드란 국가간 금리차, 통화간 환율차를 이용해 차익거래(arbitrage)로 본질이 단기투기 성격을 지닌 핫머니다.
외환당국이 캐리트레이드를 주시하는 것은 자금의 과도한 유입과 청산에 따라 금융시장이 한쪽으로 쏠릴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달러캐리가 본격화된 지난해 9월~10월 원화가치는 빠르게 상승했다. 8월말 1249원이던 원·달러 환율은 10월중순 1155원까지 떨어졌다. 새해 들어서도 달러캐리 조짐이 나타나면서 환율은 6일간 40원 가까이 하락했다.
그래도 달러캐리 자금 유입은 걱정이 덜하다. 외환보유고가 2600억 달러에 달하는 상태고, 외국인들이 달러캐리 자금으로 국내 주식을 사들이는 것은 한국경제 회복에 베팅을 하는 것이기 때문에 긍정적이라는 평가도 있다.
대 일본 무역역조가 좀처럼 좁혀지지 않은 상황에서 엔캐리 자금 유입은 엔·원 환율 왜곡을 부채질 할 수 있다. 다시말해 엔·원 환율 하락세를 키워 무역역조 심화를 고착화되는 쪽으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 특히 청산시에는 유입 때와 달리 속도가 빠르기 때문에 외환시장을 왜곡시키 우려가 크다.
최근 간 나오토 일본 신임 재무상이 자국 통화가치를 달러 대비 90엔대 중반까지 낮추는게 좋다는 발언을 서슴치 않았다. 이 발언이 계기가 돼 당일 엔·달러 환율은 하루새 0.76엔 하락하는등 4개월만에 처음으로 93엔대 중반까지 주저앉았다. 이 여파가 엔·원 하락으로 전이되면서 지난주 100엔당 1213원으로 마감했다.
달러 대비 엔화의 가치를 떨어뜨려 자국 무역환경을 개선시키겠다는 발상이 노골화된 것으로 외환당국은 파악하고 있다.
한 외환당국 관계자는 "이번 금리동결 조치로 달러 캐리트레이드가 늘어날 수 있는 여지가 커지지 않은 점은 다행스럽다"면서도 "오히려 엔캐리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아주경제= 김선환 기자 shkim@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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