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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건물의 경우는 그 정도가 훨씬 더 심했다. 서울역은 내부가 완전히 불타버렸고 용산역과 철도국, 청계천역은 형체조차 알아볼 수 없었으며, 충무로거리 입구의 중앙우체국은 벽면만 남아 있었다.
각급 학교 교실 4500개가 불탔고 온전하게 남은 파출소는 거의 없었다. 561개의 공장이 파괴되어 운행이 중단되었고 한강의 인도교를 비롯하여 48개의 교량이 파괴되어 교통은 거의 마비됐다. 폐허라는 말로밖에는 다른 표현을 할 수 없게 된 거리에는 수많은 전쟁고아가 방치되어 있었고 수천의 여인이 몸을 팔아 생계를 유지하고 있었다."
1950년 6ㆍ25 전쟁 전후 서울 도심지 풍경, 60~70대들의 기억 속에 바로 엊그제 본 듯 또렷한 대도시 서울의 모습이다. 1928년생으로 서울시 도시계획의 산증인인 손정목 전 서울시립대 대학원장이 기록했다.
이런 서울이 60여년이나 지난 후인 지난해 말에도 세계 여행자들이 지목한 최악의 도시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고 한다. 세계 여행객들이 정보를 공유하는 '론리 플래닛'(외로운 행성) 사이트에 의해서다. 누리꾼들은 공감일색이다. "말 참 잘했다" "아름다움이라고는 눈꼽만치도 없는 서울" "청계천도 광화문광장도 별로다" 등.
이런 비난이 일리 있건 없건 '서울'에 대해 새삼스런 관심을 불러 일으킨 건 매우 잘 된 것 같다.
'오세훈 서울시'의 전략적 모토는 '디자인 수도'다. 종로통 지저분한 간판을 바꿔 주더니 강남역 인도에 첨단 디지털탑을 세웠다. 광화문 복판에 광장을 만들었고 깜짝 놀랄 스노보드 쇼 이벤트도 선보였다. 시청 앞 광장에선 거의 연일 예술 공연을 펼친다. 올림픽 공원에서 펼친 디자인 올림픽 행사는 매우 야심차 보인다.
시 청사의 리모델링 구상은 상상초월 최첨단이다. 나아가 용산 국제업무도시 개발 계획과 한강르네상스 구상 등은 획기적이다. 이를 위한 가로와 노점정비, 재래시장 현대화, 도심 재개발 계획 등이 서울 전역에서 진행 중이다.
이 모든 노력은 서울 사람이나 세계 여행자들에게나 칭찬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이 칭찬은 10년, 20년 계속 돼야만 의미가 있다. 정치의 풍향이나 시장의 취향에 따라 변한다면 말짱 도루묵이다.
초창기 서울 도시계획 관계자들은 서울시 재정이 없어서 민간 자본위주로 첫 개발을 시작했던 게 가장 후회되는 점이라고 한다.
요즘도 도심지 개발은 자산가들과 브로커들의 막대한 분양수익 욕심에 떠밀려 난개발로 방치되기 일쑤다. 론니 플래닛 여행자들이 좋아한다는 600년 고도(古都)의 자취는커녕, 자국민들의 호주머니를 노리는 욕심의 흔적들이 건물과 상가 곳곳에 누덕져 있다. 이러다가는 '론니 서울(Lonely Seoulㆍ외로운 서울)'이 될게 뻔하다.
서울이 론니 시티(Lonely Cityㆍ외로운 도시)가 되지 않으려면 일부의 정치적 논란과 구설수, 이해관계자들의 으르렁거림에도 불구하고 아주 획기적으로 변해야 한다.
지금의 중장년층들이 시골서 무작정 상경해 서울의 전후 복구와 인구증가의 혜택을 실컷 누려 잘 먹고 잘 살았던 것처럼 다음 세대는 맑고 부드러운 서울의 공기, 아름다운 서울 풍경을 마음껏 누려야 한다.
후세들이 서울에서 '마음의 풍요'를 느끼며 살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은 중장년 세대들의 당연한 도리이며 서울에서 얻은 풍요에 대한 보은(報恩)이다. 이제 이기적인 욕심을 버리고 서울에게 무언가 신세 갚을 때도 되었다.
<트렌드아카데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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