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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참사 철거민 희생자들의 노제가 9일 용산참사 현장에서 열렸다. 서울역광장에서 영결식을 마친 운구행렬이 참사현장 앞으로 들어서고 있다. / @연합 |
용산참사 장례식 355일 만에 열려
추운 날씨속에 5천여명의 시민 참석
보수단체의 반대시위 있었지만 충돌은 없어
"1년 가까이 차가운 냉동고에 있던 희생자들을 이제 묻으려 한다. 그들은 우리의 가슴에 묻혀 영원할 것이다"
지난해 1월 20일 안타까움 속에 생을 떠난 고(故) 이상림·이성수·양회성·윤용헌·한대성 씨 등 철거민들의 장례식이 9일 치뤄졌다.
이날 장례는 잔뜩 흐린 날씨 속에 진행됐다. 오후 서울역에서 이뤄진 영결식에는 눈까지 내렸다. 희생자들의 영정위로 흩날리는 눈발은 그들의 가는 길을 위로하는 듯 보였다.
유가족들과 장례위원들은 서로의 손을 잡으며 묵묵히 희생자들의 장례식을 지켜봤다. 장례를 위한 355일 동안의 싸움에 그들은 많이 지쳐 보였다. 장례식 내내 유가족들은 고개를 들어 영정을 잘 쳐다보지 못했고 조사 중간 중간에 슬픔이 복받치는 듯 눈물을 보였다.
영결식은 엄숙한 분위기 속에서 2시간 가량 이어졌다. 영결식에는 5000여명의 시민(장례위 추산)이 모여 그들의 마지막 가는 길을 지켜봤다.
영결식에는 정치권의 여러 인사들도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민주당 정세균 대표, 민주노동당 강기갑 대표, 창조한국당 송영오 대표, 진보신당 노회찬 대표가 각 당의 지도부들과 함께 참석했다. 또한 국민참여당(가칭)의 한명숙·이해찬 전 총리와 정동영 의원도 눈에 띄었다.
이들도 다른 시민들과 함께 추위 속에서 묵묵히 영결식을 끝까지 지켜봤다.
유가족을 대표해 단상에 선 고(故) 이상림씨의 부인 전재숙씨는 추운 날씨 속에 함께 해준 시민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전씨는 "고인의 마지막 가는 길까지 함께 배웅해 주셔서 감사하다"면서 "철거민이 다시 망루에 오르는 일이 없는 그런 세상이 하루 빨리 왔으면 좋겠다"고 눈물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또한 "고인들의 육신은 땅에 묻을 수 있게 됐지만 억울한 누명을 쓰고 차가운 감방에 갇힌 내 아들과 동지들은 아직도 남아있다"며 "용산참사의 진실을 밝힐 수 있게 지혜를 모아달라"고 호소했다.
영결식 내내 조금씩 떨어지는 눈송이는 영결식 마지막 순서인 헌화 차례가 되자 제법 거세게 내렸다. 하지만 헌화행렬은 눈발과 상관없이 길게 이어졌다.
유족들을 시작으로 장례위원들과 시민들은 준비된 국화꽃 1000송이를 고인들의 영정사진 앞에 헌화했다. 이후 운구행렬은 서울 한강로 남일당 건물로 이동했다.
고인들의 시신은 고 전태일 열사가 묻힌 경기 남양주시 마석 모란공원에 저녁 늦게 안치됐다.
한편 영결식이 열리는 서울역 근처에서는 보수국민연합등 150여명의 '용산철거민 범국민장 반대' 시위가 있었다. 이들은 기자회견을 열고 영결식의 반대 목소리를 냈지만 특별한 충돌은 벌어지지 않았다.
아주경제= 팽재용 기자 paengmen@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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