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기 여파가 진정되면서 은행들의 동남아시아 시장 진출 선언이 잇따르고 있다.
은행들은 동남아를 중국과 함께 '기회의 땅'으로 보고 현지 은행을 인수·합병(M&A)하는 등 현지화 작업을 포함한 장기 플랜을 마련하고 있다.
11일 은행권에 따르면 산업은행과 기업은행 등 국내 주요 은행들은 잇따라 인도·인도네시아·베트남·태국 등 동남아 시장 공략을 선언하고 있다.
민유성 산은금융지주회장 겸 산업은행장은 지난 8일 "올해 인도네시아와 태국 등 동남아 국가 2~3곳의 은행을 인수할 계획"이라며 "올해는 아시아 지역의 영업 네트워크를 확충하는 데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민 회장은 "현지 은행은 인수해 사회간접자본과 에너지 개발 등 프로젝트 파이낸스(PF)에 필요한 자금을 현지에서 조달할 수 있을 것이며 현재 정부와 긴밀하게 협의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윤용로 기업은행장도 지난 6일 "인도네시아 현지 은행을 인수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며 "국내와 아시아에 특화한 은행으로 성장하기 위해 중국과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지에서 영업을 늘려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최근 인도네시아에 실사단을 파견해 현지 영업환경과 가능성이 있는 3~4개 은행들을 조사했고 M&A 여부에 대해서는 좀 더 면밀하게 점검한 뒤 정부와 상의하겠다"고 말했다.
현재 인도네시아 정부는 기업은행의 기업금융 노하우를 들여오기 위해 기업은행에 자국 내 은행을 인수해줄 것을 제안한 상황이다.
국민은행은 오는 2010∼2011년 베트남 지점 설립을 위해 현지 당국에 승인 신청을 마쳤다.
하나은행도 인도네시아 현지법인인 'PT BANK HANA' 18개 분행과 지행을 만들어 현지화 작업에 들어갔고, 현지 중견은행 인수도 계획 중이다.
이처럼 국내 은행들이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 시장에 잇따라 진출하고 있는 것은 이들 국가의 은행 M&A 규제가 약하고 향후 발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인도네시아의 경우 외국계은행의 지분투자가 99.9% 이상 가능해 국내 은행들의 진출이 용이하다.
인도네시아 은행 수는 2009년 6월 말 현재 상업은행은 122개, 지역신용은행은 1897개에 달한다. 인구도 2억명에 육박해 국내 은행의 진출 유인이 크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들이 신수익원 확보를 위해 경제발전 가능성이 높은 지역을 중심으로 해외 진출에 나서고 있다"며 "특히 올해부터는 중국과 인도네시아 시장 진출이 본격화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금융당국도 은행들의 해외 진출과 관련된 제도를 개선하고 컨설팅을 제공하는 등 적극적으로 독려하고 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국내 은행들이 상대적으로 높은 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는 아시아 시장에 진출할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아주경제= 김유경 기자 ykkim@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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