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현상의 배후- 비합리적인 이성과 충동

   
 
 


대 고객 마케팅, 주가 전망 등은 모든 인간의 행동이 경제적이고 합리적으로 이루어진다는 전제를 기본으로 한다. 호모 에코노미쿠스라는 용어는 인간이 경제적 동물이라는 정의를 함축하고 있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이 틀을 뛰어 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이익을 본 투자자들은 주식을 매도하려 하고 손해를 보고 있는 투자자들은 장기 전망을 거론하면서 주식 보유를 외친다.

2002년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심리학자 다니엘 카너먼 교수는 경제주체의 의사 결정이 반드시 합리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준합리적 경제 이론’을 내세워 그간의 통념을 무너뜨렸다.

도모노 노리오의 저서 ‘행동 경제학’에서는 경제 주체들이 의사결정을 하는 데 있어 상식을 뛰어넘는 의외의 선택을 하는 사례들을 소개한다.

‘점점 좋아짐’을 선호한다

한 해 동안 받는 임금의 총액이 일정하다고 가정한다면 처음에는 임금이 높고 그 후 점차 하강하는 패턴이 합리적인 관점에서는 유리하다고 할 수 있다. 초기에 받은 높은 임금을 다른 곳에 투자하면 그만큼의 수익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책에서 소개하는 실험 결과에 따르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임금의 총액이 일정하더라도 점차 더 많이 받을 수 있는 쪽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답변자 가운데 합리적인 하강 패턴을 선택한 사람은 12%에 지나지 않았다.

이는 상승형을 지향하는 손실 회피 성향으로 설명할 수 있다. 선택을 결정하는 데 있어 최근의 임금을 기준으로 다음 번 임금이 감소하는 것은 손실처럼 받아들여지기 때문이다. 이 같은 선호 방식은 소비의 영역에서도 예외일 수 없다.

선택 대안이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

경제적 논리에 따르면 대다수의 사람들이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대안이 많으면 많을수록 좋고, 또 그만큼 사람들의 만족도가 커질 것이라는 전제가 암묵적으로 존재한다. 과연 그럴까? 이 이론에 의문을 던진 학자들은 재미있는 실험을 한다.

슈퍼마켓에서 한 진열대에는 6종류의 잼을, 다른 진열대에는 24종의 잼을 진열한 다음에 쇼핑객들에게 시식을 권했다. 그 결과 전체 손님의 60%가 24가지 잼이 놓인 진열대를 방문했다. 즉 처음에는 잼 종류가 많은 쪽이 매력적으로 느껴졌던 것이다.

그러나 6가지 잼이 놓여있는 진열대를 방문한 손님 가운데 실제로 제품을 구입한 사람은 30%였지만 24가지 잼이 놓인 진열대를 거쳐 간 손님 중 구입을 선택한 사람은 단 3%에 불과했다. 소비자는 다양한 선택 대안이 준비된 쪽에 매력을 느끼지만 선택 대안이 너무 많으면 결국은 결정을 할 수 없게 된다는 것을 보여준다.

실험을 진행한 학자들은 다음과 같은 결론을 얻는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개인이 파악 가능한 범위 안에서 선택을 진행한다는 것이다. 선택 대안이 너무 많으면 오히려 잘못된 선택을 하지 않을까 하는 일종의 후회스러움과 실패할지도 모른다는 감정에 빠지게 된다는 사실이 그 내면에 존재하는 것이다.

경영의 세계 역시 모든 것을 합리적인 시각으로 풀어낼 수는 없다. 왜냐하면 그 대상이 되는 것은 인간과 그 인간을 둘러싸고 있는 사회와 문화이기 때문이다.

아주경제= 정진희 기자 snowway@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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