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는 이런 모든 전제가 성립하기 위해서 가장 먼저 지켜져야 할 부분이 바로 신뢰라 생각한다.
11일 오전 10시, 세종시 수정안이 발표됐다. 지난 정권에서 핵심적으로 공약했던 정부 부처 이전에 대한 내용이 사실상 백지화됐다.
이에대해 이해관계자들의 입장 대립이 첨예하다.
찬성측은 또 다른 경제도시 탄생에 따른 효과에 기뻐하고 있으며 반대측은 약속이 파기된 데에 따른 실망감에 분노하고 있다. 그동안의 여론 수렴과 설득 작업이 끝나고 정부의 입장이 공식화된 이상 반대편의 입장 대립이 더욱 심해질 거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본 기자는 이런 양측 대립을 부등식으로 표현하고 싶다. 좌변은 뜻 밖의 횡재에 따른 행복감, 우변은 믿었던 것으로 부터의 배신감 그리고 부등호의 방향은 아마도 정부가 얼마나 강력하게 밀고 나가느냐에 따라 정해질 듯 싶다. 이렇듯 신뢰란 균형이 깨진 이상, 더 이상 등식은 성립하기 어려워 보인다.
여기서 한가지 반드시 짚고 싶은 건 신뢰의 선행 조건은 치밀한 계산이라는 점이다. 감정에 휩싸이거나 원칙론에만 입각해 지키지 못할 약속을 하는 건 말 그대로 탁상공론이다.
앞서 말한 춘추시대의 공자도 자신이 있던 노나라가 이웃나라의 침범을 받을 지도 모르는 결정적인 순간, 상대국 왕에게 자신의 목숨을 건 발언을 통해 국가를 위기에서 구했다.
공자가 이렇게 대담하게 행동할 수 있었던 이유는 뭇사람들에겐 비록 탁상공론으로 보일지언정 스스로에겐 분명히 현실적으로 실현될 수 있다는 철저한 계산이 깔려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본다.
기자는 이런 의미에서 세종시 문제는 과거 노무현 정부가 행정수도 이전을 놓고 치밀하게 계산하지 못했던 점에 책임을 물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현 정권이 일방적으로 약속을 어긴 점이 정당화될 수 있다는 말은 아니다. 정치란 국가 안의 모든일이 시비와 원망 없이 제대로 돌아가도록 만드는 것인데 지금 정부는 그렇지 못하기 때문이다.
임기 내에 세계 경제 대국의 반열에 들겠다는 목표를 세운 현 정부. 국민들의 신뢰를 얻기 위해선 강력한 추진력도 중요하지만 철저한 계획과 여론 수렴을 통한 준비도 잊지 말아야 한다.
결국, 신뢰의 조건이란 할 수 있는 걸 약속하는 것이다.
아주경제= 김선국 기자 usese@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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