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수전의 강력한 경쟁사이던 KB금융이 최근 지주 내부의 혼란스러운 상황과 인수 시너지에 대한 불확실성을 이유로 소극적인 태도로 돌아선 탓이다. 때문에 매각 가격도 크게 떨어진 것.
또 입찰에 참여할 것으로 거론됐던 롯데그룹과 미래에셋금융그룹 역시 사실상 발을 빼면서 한화증권은 기존 인수 자금조달 계획도 변경한 것으로 알려졌다.
12일 한국거래소와 증권업계에 따르면 한화증권은 전일 거래소가 요구한 유상증자 및 푸르덴셜투자증권 인수설에 관한 조회공시에 대해 "경쟁력 있는 증권사로의 발전을 위한 방법으로 푸르덴셜투자증권 인수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한화증권은 다만 "유상증자를 포함한 인수자금 조달방안은 확정된 것이 없다"고 덧붙였지만, 유상증자 계획이 발표된 만큼 일단 내부에서 인수자금을 조달할 것이란 관측에 무게가 쏠리고 있다.
전일 증권가에선 한화증권이 당초 3000억원 규모의 사모투자펀드(PEF)를 조성한다는 계획을 접고 내부 자금으로 인수에 나서는 방안으로 선회했다는 소문이 돌았다.
푸르덴셜투자증권 인수를 위해 PEF를 조성하는 계획 대신 약 2000억원 미만의 유상증자를 실시하고 내부 유보금 2117억원과 브릿지론을 통해 나머지 자금을 마련키로 했다는 것이다.
◆ 푸르덴셜투자증권 매각가 '8000억원→5000억원'
한화증권이 이처럼 자금조달 계획을 변경한 것은 기존 약 7000억∼8000억원이던 푸르덴셜투자증권 매각가가 약 5000억원 가량으로 낮아졌기 때문이란 시각이 지배적이다.
매각가가 당초 예상보다 3000억원이나 떨어진 원인은 KB금융의 태도 변화가 절대적인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푸르덴셜증권이 처음 매물로 나왔던 작년 10월 강력한 인수 의지를 드러냈던 KB금융은 최근 주춤한 모습이다. 특히 KB금융지주 회장 내정자직을 사퇴한 강정원 국민은행장을 둘러싼 진홍과 더불어 내부에서 인수 시너지 효과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도 제기되고 있다는 전언이다.
업계에 따르면 실제 KB금융은 푸르덴셜투자증권 인수가로 한화증권에 못 미치는 금액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은준 신영증권 연구원은 "업계에서는 KB금융에서 제시한 가격에 비해 한화증권이 제시한 가격이 더 높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며 "이것도 KB금융의 인수 적극성이 떨어졌다는 것을 증명하는 내용"이라고 전했다
푸르덴셜투자증권이 경쟁을 부추겨 몸값을 높이려다 오히려 된서리를 맞았다는 평가도 있다.
푸르덴셜투자증권 매각을 주도하고 있는 도이치증권은 당초 1월10일로 예정했던 본 입찰을 월말로 연기하면서 거래가 사실상 유찰된 게 아니냐는 지적을 받았다. 작년부터 수차례 일정을 지연한데다 KB금융지주와 한화증권 외에 경쟁력 있는 후보를 모집하지 못해 입찰 분위기 조성에 실패했다는 분석이다.
푸르덴셜투자증권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는 이달 25일께 최종 선정될 예정이다.
◆ 한화, 푸르덴셜 놓칠 수 없는 매물
한화 측 시나리오대로 약 5000억원에 푸르덴셜투자증권을 사들인다면 한화증권 뿐 아니라 한화그룹 차원에서 봤을 때도 최고의 거래가 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대한생명을 중심으로 한 금융지주사를 모색하고 있는 한화그룹이 푸르덴셜투자증권 인수에 성공하면 막대한 시너지 효과를 거둘 수 있기 때문이다.
당장 한화증권은 자기자본 1조원 이상, 지점수 120개 이상 등 확고한 업계 빅10의 궤도에 오르게 된다. 푸르덴셜투자증권의 작년 11월 현재 주식형펀드 판매잔고만 해도 3조5000억원으로 한화증권의 6배 수준이다.
즉, 대한생명 상장과 한화손보-제일화재 합병에 걸맞은 증권부문 성장은 물론 소매영업 강점에 더한 자산관리 역량 강화 효과까지 누릴 수 있게 된다는 것.
때문에 일각에선 한화 측 사정을 모를 리 없는 미국 푸르덴셜금융 측이 손익분기점에도 못 미치는 5000억원에 쉽게 넘길 리 없다는 견해도 나오고 있다.
미국 푸르덴셜금융이 지난 2004년 푸르덴셜투자증권을 매입한 원가는 4398억원이지만 지난 5년의 기회비용을 안전자산인 국채 5년물 수익률(4.88%)로 계산했을때 매각가가 최소 5471억원은 돼야 최소한의 수익을 남기는 셈이기 때문이다.
이에 푸르덴셜투자증권 관계자는 "현재 확인해 줄 수 있는 것은 관련된 일정 뿐"이라면서 "인수합병(M&A)은 계약이 마무리되기 전까진 아무도 모르는 것"이라며 구체적인 답변을 피했다.
아주경제= 김용훈 기자 adonius@ajnews.co.kr
(아주경제=ajnews.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