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Google)이 '백럽(BackRub)'이었다면 지금의 '인터넷 공룡'이 탄생할 수 있었을까. 마케팅 전문가들의 대답은 '아니오'다. 이들은 신제품에 이름을 붙이는 것이 데이트 상대를 찾아내는 것만큼이나 어렵다고 지적한다. 제품 이름이 첫인상을 결정하기 때문이다.
기업들로서는 타사가 앞서 등록해 둔 상표도 감안해야 해 새 이름짓기는 그야말로 '모래사장에서 바늘 찾기'에 비유된다.
구글 창립자인 세르게이 브린과 래리 페이지는 다행히도 '백럽'이라는 구글 초기 버전 이름을 '구글'로 바꿔 신화를 만들어냈다.
브린과 페이지는 숫자 1에 영(0)이 100개 붙은 무한대의 수를 의미하는 구골(googol)에서 힌트를 얻었다. 전문가들은 가능한 많은 웹사이트를 찾아내야 하는 검색엔진 브랜드로는 구글이 안성맞춤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글로벌 기업사에는 구글처럼 브랜드 탄생에 얽힌 얘기가 많다. 미국 ABC방송은 11일(현지시간)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브랜드의 탄생 과정을 소개하고 성공하는 작명 비결을 제시했다.
◇"'어그' 이름 쓰지마"…상표권 분쟁
우선 겨울철 멋쟁이들의 필수 아이템으로 자리매김한 어그부츠(uggs). 어그부츠는 호주인들이 수십년 전부터 양가죽과 양털로 엉성하게 만들어 신던 신발이다.
그 모양새가 워낙 볼품이 없어 호주인들은 '못 생겼다'는 뜻의 영어단어 '어글리(ugly)'에서 착안해 이 신발을 어그(ugsㆍughs)라고 불러왔다.
문제는 미국 업체인 데커스아웃도어가 어그를 자사 부츠 상표로 등록하면서 불거졌다. 데커스아웃도어가 상표권을 근거로 어그라는 이름을 두루 사용하고 있던 호주기업들을 상대로 소송을 건 것이다.
이에 호주에서는 "미국이 호주의 상징을 훔쳐가려 든다"는 비난 여론이 들끓었다. 호주의 한 신발제조업체는 어그를 상표로 등록하는 것은 포드가 '세단'을 상표등록하는 것과 다름없다고 비꼬기도 했다.
호주 법원은 호주 기업의 손을 들어줬지만 데커스아웃도어는 여전히 미국에서 상표권을 행사하고 있다.
◇엑센추어ㆍ위(Wii)ㆍ빙(Bing)…생각의 여지가 관건
미국 브랜드컨설팅업체 인터브랜드의 파올라 노램부에나 대표는 좋은 브랜드는 소비자에게 생각의 여지를 준다고 강조했다. 그는 닌텐도의 콘솔게임기 '위(Wii)'와 마이크로소프트(MS) 검색엔진 '빙(Bing)'의 작명 작업을 주도했다.
노램부에나는 미국 컨설팅업체 엑센추어(Accenture)와 통신업체 베리존(Verizon)을 예로 들었다. 서비스업체인 이들 기업은 제품을 만들어내는 제조업체와 달리 하는 일이 추상적이다. 때문에 선뜻 떠오르는 의미는 없되 시간을 두고 보면 '아차' 싶은 이름이 제격이라고 설명했다. 그래야 기억에도 더 오래 남는다는 것이다.
엑센추어는 '악센트(accentㆍ강조)'와 '퓨처(futurerㆍ미래)'의 합성어다. 베리존은 확인한다는 의미의 '베리파이(verify)'와 지(수)평선이라는 뜻의 '호라이즌(horizon)'을 조합한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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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램부에나는 '위'라는 이름에 자유를 만끽할 때 내는 환호성(weeeee)과 '우리(we)' 모두가 두루 사용할 수 있는 제품이라는 의미를 담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일각에서는 '너무 유치하다'거나 '발음이 어렵다' '피(peeㆍ오줌을 누다)와 발음이 유사하다'는 등의 비난도 있었지만 성공적인 작명이었다고 자평했다. 아울러 '빙'에는 '뭔가를 찾아 얻는다(finding or getting something)'는 의미를 담았다고 전했다.
◇에스컬레이드(Escalade)…우아한 '이미지'가 승부수
미국 고급 자동차 브랜드 캐딜락은 새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출시를 앞두고 고민 끝에 '에스컬레이드(Escalade)'라는 이름을 선택했다. '위로 올라 간다'는 뜻의 라틴어에 뿌리를 둔 '에스칼라(escala)'에 '한적한 공간'이라는 의미의 접미사 '에이드(ade)'를 붙여 완성한 단어다.
캐딜락은 '철옹성을 정복한다'는 사전적 의미도 지닌 에스컬레이드라는 이름에 각별한 애정을 보였다고 한다.
소비자들도 마찬가지였다. 브랜드컨설팅업체인 애디슨휘트니의 조사 결과 소비자들은 에스컬레이드가 우아한 이미지를 풍긴다며 후한 점수를 줬다.
전문가들은 제품 이름을 통해 소비자들에게 각인된 이미지는 여간해서는 변하지 않는다고 강조한다. 제품에 대한 비난여론이 들끓어도 소비자들에게 한 번 입력된 이미지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낸시 코엔 미국 하버드대 마케팅학 교수는 "제품 이름 값만으로 승승장구하는 제품은 셀 수 없이 많다"며 "기업에게 브랜드는 성자 발렌타인과도 같아 매출 증대에 큰 힘을 발휘한다"고 말했다.
◇"'넥서스원'은 돌연변이"…저작권 침해 논란도
같은 관점에서 전문가들은 구글이 최근 선보인 스마트폰 '넥서스원(nexus one)'에 대해서는 뜬금없다는 평가를 내렸다.
코엔은 "넥서스원이나 운영체제(OS)인 '안드로이드'의 이름은 돌연변이 같다"며 "마치 딴 세상을 연상케 한다"고 말했다.
구글폰은 저작권 분쟁에도 휩쓸리게 될 전망이다. 영국 공상과학소설(SF) 작가인 필립 K 딕의 후손들이 구글이 딕의 원작소설 '안드로이드는 전기 양을 꿈꾸는가?(Do Androids Dream of Electric Sheep?)'라는 작품에서 안드로이드와 넥서스원이라는 이름을 도용했다고 문제제기한 것이다.
이 소설은 1982년 '블레이드러너'라는 제목으로 영화화됐다. 이 소설에 등장하는 안드로이드(기계인간)의 이름이 넥서스식스(Nexus 6)다.
이에 대해 구글은 넥서스원은 딕의 소설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주경제= 김신회 기자 raskol@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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