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대 들어 학생운동이 사그러들면서 신종 저항이 생겼다. 날로 치솟는 대학 등록금에 맞서 학생들은 즐거운 캠퍼스의 봄을 ‘개나리투쟁’으로 소진하고 있다. 노동계의 춘투, 하투와 맞먹는다. 학비 마련이 어려운 학생들의 울부짖음이 캠퍼스 곳곳에 울려 퍼지는 것이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이명박 정부는 ‘취업후 학자금 상환제’(ICL)를 내놨다. 학자금 대출을 원하는 학생들에게 학비 실소요액 전액을 대출하준 후 취업으로 소득이 발생한 시점부터 분할 상환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지난해 연말 국회에서 세종시 수정, 4대 강 예산 등을 놓고 여야가 극렬히 대치하면서 관련법 처리가 안돼 ICL의 1학기 시행이 불투명해진 상태다.
이쯤되자 정치권은 이른바 ‘원 포인트’ 상임위를 열기로 하고 심의에 착수한다던 국회는 ICL 제도의 ‘1학기 시행’을 위한 의사일정을 잡는가 했더니 또 다시 싸움에만 혈안이 돼있다.
ICL 1학기 시행을 위해서는 오는 18일까지 관련법이 국회를 통과해야 하는데, 여야가 ICL과 연계 처리키로 한 등록금 상한제의 방법을 두고 평행선을 걸음에 따라 이마저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는 지난 12일 법안심사소위원회를 열어 막판 조율에 나섰지만, 등록금 상한선 기준에 대한 이견으로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가까스로 여야는 등록금 상한제 도입에만 합의했을 뿐 ‘인상률’을 두고 시각차를 드러내고 있다. 한나라당은 등록금 인상률을 물가상승률의 1.5배 이내에서 허용한다는 입장인 반면 민주당은 최근 3년간 물가상승률 평균의 1.2배를 상한선으로 제시한 것이다.
여기에 민주당 소속 이종걸 교과위원장은 각 대학의 등록금 심의위원회가 적정 등록금을 산정할 때 학생 1인당 교육비를 산정 근거로 삼는 한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수준으로 고등교육비의 민간부담률을 낮추는 방안을 요구하고 있다. 현재 대학 교육비 중 75%를 차지하는 등록금 의존율을 OECD 평균인 25%까지 내리자는 주장이다.
이에 한나라당 소속 교과위원들은 강력 반발하고 있다. OECD 대부분의 국가는 국립대가 75%이상이어서 국가의 통제가 일정 부분 가능하나 우리나라의 경우는 사립대가 70% 이상을 차지하고있어 사유재산에 대한 재량권을 침해할 수 있다는 논리다.
문제는 정치권의 팽팽한 기싸움과 늑장대처의 피해가 서민에게 고스란히 쏠리고 있다는 점이다. ICL 무산으로 가장 답답함을 느끼는 이들은 당장 1학기 등록을 앞둔 대학생들이다. 이들은 지나치게 높은 등록금 마련에 한숨만 짓고 있는 실정이다.
또 학자금 대출을 희망했던 금융채무불이행자(신용불량자) 학생 2만여명의 등록금 마련의 길도 막혔다. 기존 학자금 대출제도의 혜택을 이들은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부모의 속도 터진다. 자신의 딸이 지난 주말 서울 거리 이곳저곳을 기웃거리면서 레스토랑, 호프집, 노래방 등 일할 곳을 찾아다니는 게 안쓰럽다. 시급 4000원에 하루 8시간씩, 꼬박 반년을 아르바이트하면서 받은 돈을 고스란히 저축해도 한 학기 등록금을 마련치 못하는 게 현실이다.
이처럼 국민의 고통지수가 상승하면서 정치권의 나태지수는 상승하고 있다. 정치권이 늑장을 부리면 부릴수록 국민의 삶은 더 버거워지고 힘들어진다.
정부도 ICL 지연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기획재정부와 교육과학기술부가 ICL 재원 조달 방안을 포함한 관련 법안을 좀 더 일찍 국회에 제출했다면 상황이 달라졌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이제라도 여야는 머리를 맞대고 더 많은 서민이 고통받지 않도록 하루 속히 ICL 신속 처리 해법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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