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통령.박전 대표 ‘타협’카드 거부 ‘치킨게임’
‘주의.주장 보단 실용’ 대 ‘신뢰와 원칙’ 맞장
세종시 수정안 여론, 여권 양대 수장 운명 결정
세종시 수정안을 놓고 극단의 대척점에 선 여권의 양대 수장이 치킨게임을 감행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반대한다고 친박계가 모두 반대하는 건 문제”란 취지의 발언을 했고 박 전 대표는 “국민과의 약속을 지키라는 말 뜻을 이해 못하고 있다”고 맞불을 지폈다. 한쪽이 물러서지 않으면 대충돌로 둘다 결국 파국이란 비극적 결말을 맞는 물러설 수 없는 싸움이 시작된 셈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14일 청와대에서 열린 제2차 국민원로회의를 주재하면서 “대단한 일을 성취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기본을 바로잡는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시 문제에 대해 직접적 언급은 피했지만 구름잡는 ‘지역균형발전’이란 허상 보다는 세종시가 발전할 수 있는 자족기능을 강화하는 게 맞다는 의미를 우회적으로 표현했다는 게 청와대 측 인사들의 전언이다.
이 대통령은 세종시 수정 드라이브를 전면 강행할 태세다. 이미 청와대와 각 부처에 수정안 우호 여론조성 명령을 하달한 이 대통령은 직접 이르면 다음주 특별기자회견을 통해 국민들에게 수정안의 당위성과 지지를 당부할 예정이다. 또 이달안에 충청권을 직접 방문한다는 계획이다.
이 대통령과 가까운 한 인사는 “대통령은 주의∙주장이 아닌 실용으로 승부수를 던졌다”며 “원안대로 갔다면 삼성 등 대기업이 세종시에 들어올 수 있었겠느냐. 정치논리가 아닌 지역의 실질적 경제발전에 주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인사는 “지역균형발전은 국민 모두가 동의하는 원칙으로 이를 어떻게 실행하느냐에 이 대통령과 박 전 대표의 차이가 있다”며 “대통령은 여타 정파와 세종시 문제에 대해 타협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처럼 이 대통령과 여권 주류는 세종시 수정안으로 인한 경제적 파급효과를 대대적으로 홍보하며 대국민 설득전을 벌일 예정이다. 일각에서 제기되는 일부 부처 이전 등 타협을 할 바에는 아예 국회에서 부결되는 길을 선택할 각오다. 정부는 세종시 자족기능 강화를 위해 노력했으나 정치적 논리에 말려 실패했다는 이유를 내걸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부처이전 등은 뇌관이어서 박 전 대표가 차기 대권을 잡는다고 해도 또다시 갈등을 유발 할 수 있어 손해 볼 것이 없다는 판단도 작용하고 있다.
이에 맞서 박 전 대표도 원안 고수라는 극단의 길에 섰다. “국민과 민의 대표 국회가 동의한 원안을 권력자 맘대로 바꾸는 전례를 남겨선 안된다”는 원칙론이 주무기다. 정책의 일관성 측면에서도 정권이 바뀌었다고 해 과거 정책을 전면 폐기해선 안된다는 논리도 내세우고 있다.
문제는 박 전 대표가 여권 소속이라는 데 있다. “정권 창출의 책임자로서 한번이라도 정부 방향에 대해 비판만했지 대안이나 동의해본 적이 있느냐”는 비판에서 박 전 대표는 자유로울 수 없다.
친박계 한 의원은 “박 전 대표는 신뢰의 정치와 원칙을 강조하고 있다”며 “아무리 실용과 실효성을 이야기 한다고 해서 원칙을 저버린다면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 같은 기회주의가 횡횡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국가 원로들은 이 대통령과 박 전 대표가 조만간 만나 세종시 문제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논의하고 접점을 찾으라고 주문한다. 그러나 박 전 대표는 “이미 원안수정 원칙을 말했는데 만나서 달라질 것이 있겠느냐”고 거부했다. 이 대통령처럼 그도 마지막 타협 카드를 버린 것이다. 이 양대 수장의 정치적 운명은 세종시 수정안 여론의 향배에 따라 판가름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아주경제= 송정훈 기자 songhddn@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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