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각 무기명투표 제안..친박 반발시 당론 변경 가능성 전무
세종시 수정안을 둘러싼 한나라당 내 찬반 논란이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여권내에서 '세종시 당론' 확정 여부를 놓고 당지도부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세종시 문제가 장기 표류할 경우 당장 국정운영과 6월선거에 차질을 빚는다며 당론 확정을 위한 무기명 투표를 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지만 이마저도 친박계의 반발로 인해 쉽지 않기 때문이다.
홍준표 의원은 14일 라디오 방송에 출연, 당내 세종시 논란과 관련, "무기명 투표로 당론화 과정을 거쳐야 한다"면서 "당론이 결정되면 의원들이 승복한 뒤 충청이나 국민 여론을 동시에 설득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 2005년 당시 130명이 모인 당에서 수도분할법에 찬성한 의원이 지금 9명에 불과, '세종시 원안'이 당론이라고 하기도 뭐하다"면서 "(당론 변경을 위한) 당헌·당규 절차가 규정돼 있는데 이를 안따르면 곤란하다"고 했다.
현재 시점에서 세종시에 관한 한나라당의 당론은 정몽준 대표나 안상수 원내대표도 공개적으로 여러 번 강조했듯이 '원안 추진'이다.
지난 2005년 3월 2일 의원총회 비밀투표에 의해 '행복도시법 찬성'으로 당론을 결정한 이후 공식 변경 절차를 밟은 적이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부 발표 내용처럼 집권당 차원에서도 세종시 수정을 추진하려면 일단 당론을 바꿔야 하지만, 현재로선 당론이 바뀔 가능성은 거의 전무한 상황이다.
한나라당의 헌법이라 할 수 있는 당헌 72조에는 재적의원 3분의2 이상이 찬성해야 당론을 바꿀 수 있다고 돼있다. 재적의원 과반수 출석과 출석 과반수 찬성이 필요한 당론 결정 절차보다도 훨씬 엄격하다.
현재 한나라당 의석수가 169석인 걸 감안하면 최소 113명이 찬성해야 당론을 바꿀 수 있다는 얘기다. 반대나 기권, 불참을 모두 합쳐 56명만 넘으면 부결된다는 것인데, 당내 친박만 60명이 넘는다.
따라서 대대적 이탈 표가 나올 경우 당론 변경이 가능하겠지만, 친박계의 결집력은 오히려 급상승하는 분위기다.
이때문에 한나라당 주류 지도부로서는 세종시 수정으로의 '입장 선회'를 앞두고 곤혹한 입장에 처하게 됐다.
작년 10.28 재보궐 선거를 앞두고 충청 민심과 친박계 '끌어안기' 차원에서 강조한 "원안 추진이 당론" 발언이 족쇄가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
이날 안 원내대표가 최고위원회의에서 "(세종시 수정법안이) 2월 중순께 제출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우리는 정부의 법안 제출 전후에 충분한 논의를 거쳐 신중하게 세종시 문제를 처리할 것"이라고 밝힌 점도 이같은 고충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편, 여야는 이날 원내대표 회담을 갖고 양당의 최대 쟁점인 세종시 문제 처리시기에 대해 논의했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민주당 이강래 원내대표는 "세종시 문제가 2월 내에 매듭지어질 수 있도록 이명박 대통령이 분명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면서 세종시 논란의 조기 해결을 강조한 반면, 안 원내대표는 "우리 당을 분당시킬 작정이냐"며 "수정법안이 2월에 제출되는 만큼 시한을 못박지 말고 충분히 논의하자"고 반대했다.
아주경제= 서영백 기자 inche@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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