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 인근 부동산 냉기가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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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0-01-14 1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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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세종시 수정안 발표 이후 서울 등 외지에서 문의전화가 많이 걸려 오고는 있지만 실제 거래는 하나도 없슈."
올해 들어 최저기온을 기록하는 등 전국적으로 한파가 기승을 부린 14일 오후 3시 충남 연기군 금남 면 용포리의 한 공인중개사 사무실.

최근 세종시 주변지역 아파트와 토지 거래가 활발하게 이뤄지면서 지역 부동산 시장이 들썩이고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이 사무실을 찾았지만 공인중개사는 자리에 없고 냉기 가득한 난로만이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부동산 중개업소마다 잇따르는 투자문의로 활기가 넘치고 투자자들이 상당수 직접 찾아와 거래 상담을 하고 있을 것이라는 예상이 보기 좋게 빗나간 것이다.

수소문 끝에 10여분이 지나서야 연락이 닿은 이병용(54) 사장은 기자의 방문 이유를 듣고는 "여기 사정은 그렇지 않다"고 딱 잘라 말했다.

이 사장은 "정부가 기업에 30만~40여만원에 땅을 공급한다고 하니까 돈 있는 외지인들이 그 가격에 주변지역 땅을 살 수 있을 줄 알고 전화문의를 해 오고 있다"면서도 "언론을 통해 거래가 활발하다는 정보를 듣고 물어보는데 설명을 해주면 다시는 연락해 오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정부안 발표 이후 땅값이 많이 올랐을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며 "오히려 팔려는 사람은 늘고 사려는 사람은 없어서 호가로는 땅값이 떨어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사장의 설명은 거침이 없었다. 주변 시세와 거래 동향 등을 차근차근 설명해 주기도 했다.

용포리는 세종시 주변지역 가운데 상가가 밀집해 있는 곳으로 한때 도로변 상가는 3.3㎥당 1천만원에 거래되던 지역이었으나 수정안 발표 이후 호가로 오가는 얘기로 3.3㎥당 200만원은 족히 떨어졌다고 이 사장은 설명했다.

이 사장이 개인적으로 매입하려는 도로변 땅은 3.3㎥당 1천만원에서 현재 630만원으로 40% 가까이 급락했다고 했다.

그는 "세종시 예정지역이 30만~40여만원선인데 주변지역은 그것보다는 저렴해야 한다는 심리가 형성되면서 땅값이 떨어지고 있다"며 "속칭 딱지라고 불리는 아파트 입주권도 최고 1억2천만원 가던 것이 현재는 일부 업소에서 4천만원 정도에 형성되고 있는데 그마저도 거래가 안되고, 급전이 필요한 경우만 2천700만-3천만원 선에서 거래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라고 전했다.

이 사장은 그러나 "지금은 세종시가 어떻게 될지 몰라 부동산시장 움직임이 별로 없지만 앞으로 서울이나 수도권 등의 투자자들이 실제로 딱지나 상가를 구입하는 사례가 눈에 띄게 늘어나면 땅값도 올라갈 여지는 충분히 있다"며 "정부의 수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는 등 실현이 가시화되면 지역 부동산시장 사정은 하루 아침에 반전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혹시 다른 업소는 사정이 다를지 몰라 인근에 있는 중개업소를 찾았으나, 그곳의 반응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김경태(60)씨는 "현지 사정을 모르면서 무조건 토지와 딱지 시세가 얼마인지를 묻는 '묻지마'식 투자전화가 오고 있다"며 "이 사람들에게 '땅값이 떨어지고 있고, 함부로 살 수도 없다'라는 현지 사정을 전해주면 두번 다시 전화하지 않는다. 설명하는 것도 이젠 귀찮다"며 손을 저었다.

김 씨는 이어 "조치원읍내 미분양 아파트에 대한 계약이 잇따르고 있다는데 도대체 어느 아파트가 팔린다는 것인지 모르겠다"라며 "부동산 업계서는 그런 말에는 신경도 안쓴다"라고 퉁명스레 말했다.

그는 "수정안 발표 때문은 아니지만 세종시를 축소한다는 말이 나온 직후부터 땅값이 떨어지기 시작해 3.3㎥당 50만원 가던 논이 지금 30만원에 시세가 형성되는데 그것도 안 팔린다"며 "투자자들은 땅값이 더 떨어지기를 기다리고 있는 듯하고, 가격이 더 하락해야 부동산 시장이 살아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거리에서 만난 한 주민의 반응도 비관적이었다.

이 주민은 "정부의 세종시 수정안이 국회에서 제때 통과되지 않으면 투자가 더딜 것이고, 세종시는 유령 도시가 되고, 결국 땅값이 더 떨어지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우려했다.

이젠 황무지가 된 금남평야와 4대강 금남보 조성사업이 한창인 금강에서 불어오는 겨울 바람이 이날 따라 더욱 매섭게 느껴졌다.

아주경제=인터넷뉴스팀 news@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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