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서 가장 잠재력이 큰 시장은 어딜까. 다름아닌 여성시장이다. 세계적인 경영컨설팅기업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이 22개국 여성 1만5000명과 남성 5000명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여성은 전 세계 소비재시장에서 매년 70%에 달하는 구매력을 행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과 인도시장을 합한 것보다 큰 규모다.
그러나 막강한 구매력과 달리 여성은 여전히 시장에서 소외돼 있다. 대부분의 기업이 남성 중심의 경영을 펼치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남성 최고경영자(CEO)들이 글로벌 경제구조에서 여성이 담당하는 몫을 간과한 채 기업전략을 짜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여심을 거스르는 전략을 세우는 것은 세계 최대 규모의 시장을 포기하겠다는 것과 다름없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 여성들이 주로 구입하는 제품이나 서비스를 개발하고 마케팅 전략을 세울 때 남성 CEO가 저지르기 쉬운 실수 10가지를 소개했다.
△감성 무시
남성 CEO들은 대개 제조, 금융, 마케팅, 제품개발 부문 출신이다. 이들은 제품이나 서비스에서 기술 및 기능적인 이점을 끌어내는 능력이 탁월하다.
반면 이들은 여성이 제품 구입을 통해 감성적인 보상을 얻으려한다는 점을 간과하고 있다. 여성들은 기능만 보고 제품이나 서비스를 구입하지 않는다. 이들은 제품 및 서비스 구입 전후의 느낌을 중시한다. 현명하고 요령있게 구입한 것인지, 구매 전후 기분이 어떤지, 충분한 고려 끝에 구입한 것인지 등을 확인하길 원한다.
따라서 여심을 공략하려면 습관적으로 대체용품을 찾는 남성 중심의 전략에서 벗어나 여성 소비자의 감성과 경험을 자극할 수 있는 전략을 세우는 게 좋다.
△가격할인
남성 CEO들은 매출 부진을 만회하기 위해 가격을 내리거나 다양한 프로모션을 펼친다. 하지만 이런 전략은 '저가제품의 품질은 떨어지게 마련'이라고 생각하는 여성 소비자들에게는 역효과를 내기 쉽다.
더욱이 여성들은 가격이나 품질 변화에 대해 남성보다 민감하게 반응한다. 이들은 오프라인 매장이나 온라인 쇼핑몰을 통해 항상 시장의 변화 추이를 주시하고 있다. 때문에 여성을 상대로 하는 마케팅이나 프로모션에서는 단순한 가격할인 전략만으로 큰 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
△더딘 혁신
남성 CEO들은 비용절감과 단기이익을 중시한다. 그 결과 제품개발 주기가 지나치게 길어져 어지간해서는 새로운 제품이 출시되지 않는다. 경쟁사에 비해 차별화한 기능이 추가되는 경우도 드물다. 그러나 여성은 남성에 비해 뭔가 새롭고 기능과 품질이 더 나은 제품을 선호한다.
△핑크색이면 OK
남성용 제품의 크기와 모양, 포장, 색상을 적당히 바꾸거나 마케팅 전략을 조금 고쳐 여성용 제품이라고 선전하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다. 이런 제품은 개발과정에서 여성의 실질적인 요구나 필요가 반영되지 않았기 때문에 여성 소비자들은 '무늬만 여성용 제품'을 직감적으로 알아채고 거부하게 마련이다.
△차별화 실패
여성시장에 대한 면밀한 연구 없이는 여성 소비자들이 뭘 원하고 뭘 아쉬워하는지 파악할 수 없다. 여성 소비자의 심리와 구매패턴에 대한 실질적인 연구를 거치지 않고 섣불리 시장에 진출하면 그저 그런 제품을 내놓을 수밖에 없어 여성들로부터 외면을 받을 게 뻔하다.
△소통부재
남성 CEO들은 여성들이 안고 있는 현실적인 문제들에 대한 통찰 없이 여성에 대한 고정관념을 바탕으로 마케팅 전략을 세운다. 이런 전략만으로는 다양한 계층의 여성이 원하는 바를 충족시킬 수 없다. 끊임없는 의사소통을 통해 여성의 다양한 요구를 정확하고 세밀하게 파악해야 한다.
△시간소모형 제품
BCG에 따르면 대다수의 여성들은 부족한 시간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일과 생활의 균형을 찾는 데 따른 어려움을 호소했다. 최근 남성들의 가사노동 참여율이 높아지고 있지만 여성들이 여전히 육아와 가사노동의 대부분을 전담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성들은 가정과 직장 사이에서 끊임없는 선택을 해야 하는 만큼 시간을 최대한 활용하는 데 도움을 주는 제품이나 서비스를 선호한다. 소비자의 시간을 절약해주고 생활을 편리하게 해준다는 제품들이 시장에 널려 있지만 이런 약속을 실제로 지켜주는 제품은 찾아보기 힘들다.
이밖에 신문은 남성 CEO들이 공동체 활동을 통한 네트워킹과 의사소통, 제품의 미적 요소를 중시하는 여성 소비자의 특성을 간과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여성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랑과 애정을 표현할 수 있는 제품이나 서비스를 개발하는 데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아주경제= 신기림 기자 kirimi99@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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