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 수몰위기를 경고하기 위해 '수중 각료회의'를 열어 국제사회를 압박한 모하메드 나시드 몰디브 대통령 |
18일(현지시간) AFP통신에 따르면 모하메드 나시드 몰디브 대통령은 이날 아랍에미리트(UAE) 수도 아부다비에서 열린 세계미래에너지포럼에서 "지금 당장 행동하지 않으면 산호초와 열대우림은 사라지고, 사막 국가는 견딜 수 없을 정도로 뜨거워지며 몰디브처럼 지대가 낮은 나라는 해수면 아래로 잠길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기후변화를 막는 일은 무역이나 군비축소와 같은 글로벌 이슈와는 다른 차원의 문제"라며 "매년 거듭되는 협상으로 사치를 부릴 여유가 없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전문가들은 몰디브가 2100년이면 해수면 아래로 가라앉게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남극조사과학위원회(SCAR)는 최근 현재의 지구 온난화 추세가 이어지면 2100년 해수면 수위가 당초 예상치의 2배인 1.4m 높아질 것이라는 보고서를 냈다.
보고서에 따르면 인도양의 몰디브나 태평양의 투발루는 2100년 물에 잠기게 된다. 인도의 콜카타나 방글라데시 다카 등 해안도시들 역시 초토화될 수 있다. SCAR는 또 영국 런던이나 미국 뉴욕, 중국 상하이 등지도 홍수예방을 위해 수십억 달러를 쏟아부어야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해 말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열린 기후변화 정상회의에서는 지구 온도의 상승 범위를 섭씨 2도로 제한하는 방안이 논의됐다. SCAR는 지구 온도 상승폭이 섭씨 2도로 제한돼도 해수면 수위가 당초 예상치의 2배인 50cm까지 높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코펜하겐에서는 구속력있는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다.
이에 대해 나시드 대통령은 "현 상태의 코펜하겐협정으로는 재앙적인 기후변화를 막을 수 없으므로 우리는 올해와 내년 중 이 협정을 강화해 지구를 구하는 행동의 청사진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총리도 "인류가 마주한 가장 중요한 과제는 전 세계 탄소 배출량을 줄이는 것"이라며 지구온난화의 심각성을 경고했다. 아울러 그는 터키의 화석에너지 의존도를 낮춰 현재 20%인 재생에너지 비중을 2023년까지 30%로 올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전 지구적 기후변화 대책 마련의 열쇠를 쥐고 있는 미국 의회에서는 기후변화대책법안이 다른 현안에 밀려 찬밥 신세로 전락했다.
전문가들은 온실가스 배출 한도를 설정하고 탄소배출권을 거래하도록 하는 문제가 최대 난제라고 지적하고 있다.
민주당원 대부분과 환경운동단체들은 올해 말까지 각국의 온실가스 배출에 관한 구속력 있는 국제적 합의가 마련되기를 기대하고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지난해 말 코펜하겐에서 열린 유엔 기후변화정상회의에서 미국의 온실가스 배출을 2020년까지 2005년 기준으로 17% 감축하겠다고 제의한 바 있다.
하지만 이 제안의 실현 여부는 의회에 달려있다. 그러나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치러야하는 의원들은 중국이나 인도 같은 나라가 구체적인 감축 약속을 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이 온실가스 감축 법안을 통과시킬 경우 나타날 부작용을 우려하고 있다.
의회에서는 이런 상황이 문제 해결에 별로 도움이 되지도 않으면서 미국의 일자리만 줄일 것이며 특히 공업과 화석연료 비중이 높은 지역에 타격이 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미국의 기후변화대책입법은 하원에서 재생에너지 및 온실가스감축법안으로 통과됐지만 상원에서는 이에 상응하는 법안이 아직 마련되지 않았다.
일부 상원의원들은 핵에너지 사용 확대와 해저유전 및 가스탐사 확대, 에너지 효율성 제고 및 탄소배출권 거래제도를 우회할 신기술 개발 등을 제의하고 있다. 이런 제안들은 그러나 탄소배출권 거래제도 확립에 역점을 둔 다수 상원 민주당 의원들의 호응을 기대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아주경제= 김신회 기자 raskol@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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