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채권단·FI 싸움에 '등터지는' 금호그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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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0-01-20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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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코 지탄받는 기업은 되지 않겠다. 기업의 책임은 고용창출이다"

지난 2006년 10월. 당시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은 베트남 호찌민시 금호아시아나 플라자 및 금호타이어 공장 기공식에 참석해 사자후(獅子吼)를 내뿜었다.

   
 
 
대우건설을 인수하며 야심차게 새로운 60년을 준비하겠다던 금호그룹이 유동성 위기에 몰려 채권단의 눈치를 살펴야 하는 신세가 됐다.

금호산업·타이어의 워크아웃이 결정된지 벌써 2주가 지났다. 당초 임원의 20%를 줄이겠다고 했던 금호아시아나는 지난 18일 전체 임원의 30%를 감축했다.

고용창출이 기업의 핵심이라던 금호가 결국 강도높은 구조조정을 단행한 것이다. 직원들 사이에서는 한달 무급휴가는 차치하고라도, 조만간 잘리지 않을까 노심초사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하지만 금호그룹 구조조정의 불씨인 대우건설 풋백옵션 처리는 이들의 고통과 상관없이 난항을 거듭하고 있다. 채권단 및 재무적투자자(FI)의 이해관계가 엇갈리면서 대우건설 매각 작업이 지연되고 있기 때문이다.

대우건설 매각을 주관하는 산업은행은 대우건설 재무적 투자자(FI)에 주당 1만8000원에 보유 주식을 사겠다고 제안했다. 대신 풋백옵션 행사가와의 차액만큼 출자전환하거나 무담보채권으로 떠안으라고 요구했다.

이에 금호그룹 주채권은행인 우리은행은 풋백옵션 행사가격(3만1500원)과의 차액에 대해서는 대우건설 청산가치에 따라 매입해 주고 나머지는 탕감해 FI를 워크아웃에 참여시키지 않는 방법을 내놨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오는 20일까지 산업은행에 FI와의 합의결과를 내놓으라고 요구했다"며 "FI처리 문제가 늦어지는 만큼 금호산업 워크아웃이 속도를 내지 못하고 이는 결국 채권단에도 손해"라고 말했다.

대우건설 지분 인수 가격을 놓고 산업은행과 3차례나 회의를 거듭하고 있는 FI도 금호산업의 워크아웃을 지연시키는 요소 중 하나다.

지난 13일 채권단과 장시간 회의를 마친 한 FI는 "일부 FI들이 산은이 제시한 주당 1만8000원이라는 가격에 절대 합의할 수 없다고 강경하게 나오고 있다"며 "쉽게 합의될 일이 아니다"라고 못박았다.

생즉사사즉생(生卽死 死卽生). 말그대로 금호그룹은 살기위해 온 힘을 다하고 있다. 채권단 및 FI들은 빠른 시일내에 합의안을 도출해 금호산업의 경영정상화를 이뤄, 워크아웃을 맞은 금호그룹 계열사들이 빨리 기력을 회복하는데도 성과를 내야 할 것이다.

아주경제= 이미호 기자 miholee@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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