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중재로 2년여의 조율 끝에 어렵게 성사됐던 삼성과 LG 간의 LCD 교차구매가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지 5개월이 지나도록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수급상황이 좋지 않다'는 게 표면적인 이유지만 상호 신뢰부족과 경쟁심리가 실질적인 배경으로 지적되고 있다.
20일 지식경제부와 디스플레이업계에 따르면 LG디스플레이 권영수 사장과 삼성전자 장원기 사장은 지난해 8월25일 이윤호 당시 지경부 장관이 참석한 가운데 LCD 패널 상호 구매ㆍ공급을 위한 MOU를 체결했다.
삼성전자는 작년 9월부터 자체 생산하지 않는 43.18㎝ 모니터용 패널 4만 장 이상을 매월 LG디스플레이에서 사들이고, LG전자는 같은 방식으로 삼성전자에서 55.88㎝ 모니터용 패널 4만 장 이상을 구매한다는 게 MOU의 골자였다.
직접 생산하지 않는 모니터용 LCD 패널을 대만 등 해외로부터 수입해 왔던 두 경쟁업체가 연간 1천억원대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 제품을 교차구매하기로 한 것은 획기적인 일이었다.
특히 두 회사는 모니터용 LCD 패널 중에서 교차구매가 추가로 가능한 품목을 작년 말까지 선정키로 하는 등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었다.
그러나 삼성과 LG 관계자들은 "아직 뚜렷한 거래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양사 간의 교차 구매 MOU가 여전히 이행되지 않고 있음을 확인했다.
이와 관련한 표면적인 이유로 정부와 두 회사 관계자들은 "LCD 수급사정이 빡빡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정부와 두 회사가 수급사정에 대한 예측을 하지 않고 MOU를 체결했다고 보기가 어려워 양측 또는 어느 한 쪽이 교차구매를 원하지 않는 등 다른 이유가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에 대해 증권업계의 한 애널리스트는 "디스플레이산업이나 물류비용 절감 등의 측면에서 교차구매가 필요한 부분이 있지만, 세계 1, 2위를 놓고 다투는 업체끼리 거래하는 것보다는 제3의 업체가 거래 상대로 훨씬 편하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상대방에 더 이익이 되는 게 아니냐'는 상호불신도 작용하고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아주경제=인터넷뉴스팀 news@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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