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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릭 셍 구글 제품책임자가 지난 5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마운틴뷰 구글 본사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넥서스원을 공개하고 있다.(출처:EPA연합뉴스) |
세계 최대 검색엔진 구글이 최근 자체 개발한 스마트폰 넥서스원(Nexus One)을 공개했다. 그러나 구글의 이름값에 비해 시장 반응은 썰렁하기만 하다.
미국 IT전문지 PC매거진은 넥서스원의 흥행실적이 부진한 것은 '와우팩터(wow factor)'가 부족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소비자들을 깜짝 놀라게 할 만한 요소가 눈에 띄지 않는다는 것이다. 물론 기술적인 측면에서 그렇다는 얘기다.
커뮤니케이션 전문가들의 분석도 크게 다르지는 않다. 이들 역시 구글이 '와우'하는 탄성을 받을 만한 요소를 내놓지 못했다고 지적한다.
다른 점은 이들이 제기하는 문제가 프레젠테이션에서 비롯됐다는 데 있다. 넥서스원 공개행사가 스티브 잡스 애플 최고경영자(CEO)가 벌여온 '쇼'에 비하면 너무 형편 없었다는 것이다.
더욱이 구글은 일반인들은 배제한 채 언론사로 행사 참여를 제한했다. 미국 경제전문 채널 CNBC는 2007년 잡스가 '아이폰(iPhone)'을 공개하며 선보인 프레젠테이션이 '최면술' 같았다면 넥서스원 프레젠테이션은 '수면제' 같았다고 평가했다.
프레젠테이션 전문가인 카민 갤로(Carmine Gallo)는 19일(현지시간) 블룸버그비즈니스위크에서 구글의 프레젠테이션이 깊은 인상을 남기지 못한 것은 세 가지 맹점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경험 부족=갤로는 구글이 지난 5일 넥서스원을 공개하며 선보인 프레젠테이션이 초보자처럼 너무 엉성했다고 지적했다. '음' '저' 등 프로답지 않게 엉거주춤하는 표현들이 프레젠테이션 내내 이어졌다는 것이다.
그는 이런 표현들은 듣는이로 하여금 소외감을 느끼게 한다고 말했다. 프레젠테이션 대상에게 무관심하거나 그들이 함께 하고 있는 시간의 가치를 무시한다는 느낌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갤로는 신제품을 소개하는 자리였다면 시간 낭비 없이 제품에 투영된 콘셉트와 디자인 등에 초점을 맞췄어야 했다며 아쉬워 했다.
그는 이런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으려면 수 차례에 걸친 모의 프레젠테이션을 통해 최종판을 가다듬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구식 장비=구글은 넥서스원을 선보일 때 흑백 슬라이드와 오버헤드프로젝터(OHP)를 사용했다. 3년 전 잡스가 세련된 파워포인트를 활용해 아이폰을 선보인 것에 비하면 촌스럽기 짝이 없었다.
갤로는 첨단 정보기술(IT)업체인 구글이 최첨단 멀티미디어기기를 활용하지 않은 것이 이번 프레젠테이션의 패인 가운데 하나라고 지적했다. 구글이 이번 프레젠테이션에서 잡스만큼 신제품의 첨단 기능을 드러내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는 흑백 슬라이드에 나타난 넥서스원 이미지는 구식 기계를 연상시키기에 충분했다고 덧붙였다.
◇서스펜스 부족=앤디 루빈 구글 부사장은 넥서스원 소개 첫 머리에서 사전적 의미를 강조하느라 진땀을 뺐다. '넥서스'는 '결합'을 의미한다는 게 전부였다. CNBC는 이런 설명은 학교 리포트에서나 어울릴 얘기라고 냉소했다.
갤로는 상대방에게 깊은 인상을 남기려면 프레젠테이션에서 서스펜스(긴장감)를 줄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잡스의 아이폰 프레젠테이션이 매우 극적이었다고 극찬했다. 당시 잡스는 혁명적인 제품 세 가지를 소개하겠다며 머뭇거렸다. 새로운 아이팟(iPod)와 전화기, 인터넷 통신장비를 소개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물론 잡스가 마지막에 꺼내든 건 MP3 플레이어와 전화, 무선 인터넷을 제품 하나로 즐길 수 있는 아이폰이었다.
갤로는 "의미있는 프레젠테이션은 상대방이 새로운 정보를 흡수하며 즐길 수 있는 것이라야 한다"며 "잡스의 아이폰 프레젠테이션이 현재로서는 최선의 프레젠테이션"이라고 말했다.
아주경제= 김신회 기자 raskol@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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