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 수정논란 ‘신뢰’ ‘실용’ 등 원칙 대 원칙 승부
MB 인도로 ‘대탈출’...박근혜 격앙된 발언 연일 쏟아내
MB 정총리 등 대리인 통해 ‘간접때리기’...朴 ‘직공’
세종시 수정안을 놓고 여당내 집안싸움을 주도하고 있는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는 모두 원칙주의자다. 다만 서로가 찍은 방점은 다르다. 이 대통령은 ‘이념이나 주의∙주장을 넘어선 실용’적 관점에서, 박 전 대표는 ‘정권을 뛰어넘는 국민과의 약속, 신뢰’의 관점에서 세종시 논란을 풀어가려한다. 그러다보니 정치적 명운을 걸고 이 두사람이 진검승부를 벌이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양자의 대결 방식은 사뭇 다르다. 이 대통령은 세종시 수정에 총대를 맨 정운찬 총리, 정정길 청와대 대통령실장 등의 경호를 받으며 ‘간접 때리기’에 주력하고 있다. 반면 박 전 대표는 지난해 미디어법 정국과는 달리, 연일 강도 높은 발언을 토해내며 ‘직접 때리기’에 나섰다. 싸움을 피하는 이 대통령과 싸움을 거는 박 전 대표간 쫓고 쫓기는 승부가 벌어지고 있는 셈이다.
박 전 대표는 강해졌다. 미디어법 정국 때 4개월 가량 침묵으로 일관하던 그가 던진 가장 강한 발언은 “본회의에 참석한다면 반대표를 행사할 것”이라고 했던 것이다. 그마저도 한나라당이 야당과의 협상을 중지하고 강행처리 의사를 밝혔을 때다. 2009년 연초부터 미디어법 공방이 벌어진 것을 보면 막바지에 강성발언을 던진 셈이다.
그러나 세종시 문제에 대해선 달랐다. 세종시 수정안이 나온 직후인 지난 12일 박 전 대표는 이 대통령을 직접 겨냥, “국민과의 약속을 지켜달라고 여러번 말을 했는데 말뜻을 못 알아듣는 거 같다”고 지적했다. 또 “결과적으로 국민한테 한 약속을 어기고 신뢰만 잃게 된 것”이라고 직격탄을 날리기도 했다. 그는 이후 수정안 당론 채택 문제가 불거지자 “(수정안이) 당론이 돼도 난 반대” “당의 존립문제”라며 파상공세를 펼쳤다.
대타도 없었다. 미디어법 때는 이정현 의원이나 홍사덕 의원 등을 통해 대신 의견을 전달하는 방식을 택했지만, 이제는 작심한 듯 직접 나서 가공할만한 파괴력의 발언을 내던지고 있다.
반면 이 대통령은 철저하게 정부의 비호를 받고 있다. 세종시 수정안 발표 직후 정운찬 총리는 충청권, 대구.경북 등 전국을 돌며 수정안 지지를 호소했다. 청와대도 박재환 국정기획수석, 박형정 정무수석 등이 언론인터뷰와 정치권과의 소통을 통해 수정안 당위성을 설파하고 있다.
그러나 정작 이 대통령은 이 논란정국에 빠져있다. 지난 14일 국민원로회의에서 이 대통령은 세종시 수정안에 대해 ‘세’자도 꺼내지 않았다. 다만 “특정한 문제에 얽매여 국정 전반에 차질을 빚는 우를 범하지 않겠다”며 “정부의 어느 한 정책도 소홀히 하지 않겠다”고 다짐했을 뿐이다. 이 말처럼 이 대통령은 이후 세종시 공방에서 빠진 채 오는 24일부터 인도와 스위스를 방문하면서 원전수출 등 현지기업이 진행중인 프로젝트 수주 지원에 전방위로 나설 태세다. 정치적 논란에 휩싸이지 않고 묵묵히 자신의 일을 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이번 인도방문에서 지난해 연말 아랍에미리트(UAE)에 첫 원전을 수출한 영광을 재현한다면 세종시 문제를 풀어가는데도 도움이 될 것이란 예상이 청와대를 감돌고 있다.
아주경제= 송정훈 기자 songhddn@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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