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시리즈 5] 인재가 제일이다

“의심이 가거든 사람을 고용 말라.”
 
호암 이병철의 인재제일 원칙은 72년 삼성의 DNA에 새겨져 지금까지 전승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호암의 인재상은 위의 한마디로 압축할 수 있다.
 
호암은 자신의 일생과 경영이념을 후세에 전달하기 위해 지필한 ‘호암자전’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그 이유는 아래와 같다.
 
“의심을 하면서 사람을 부리면 그 사람의 장점을 살릴 수 없다. 그리고 고용된 사람도 결코 제 역량을 발휘할 수 없을 것이다. 일단 채용했으면 대담하게 일을 맡겨라.”
 
◆“신뢰는 사람의 능력 이상을 이끌어낸다”
 
실제로 호암은 사업 초창기 시절 결재를 하지 않는 사장으로 잘 알려졌다. 어음 발행 등 재무적인 중요한 사안에 대해서도 호암은 부장급 실무진의 판단을 그대로 시행토록 했다.
 
이는 사람에 대한 ‘완전한 신뢰’에서 나온다. 호암은 “완전한 신뢰는 사람이 가진 능력 이상의 것을 발휘하게 만든다”며 수차례 일을 맡긴 인재에 대한 무한 신뢰를 강조했다.
 
이 같은 호암의 신념은 한국전쟁 후 무일푼이 됐던 호암의 재기에 밑바탕이 된 대구의 양조장 직원들에게서 비롯됐다. 전쟁 전 호암은 양조장을 위탁 운영시키고 경영에 관여하지 않았다. 그리고 어려운 처지의 호암에게 이들은 그동안 이익금 3억원을 내놓는다. 이 자금은 ‘월드 베스트’ 삼성의 초석을 마련하는데 사용된다.
 
호암은 인재를 사랑하는 경영자로 잘 알려져 있다. 1980년 언론통폐합으로 호암은 자신이 창립한 TBC가 KBS에 흡수합병되는 것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다만 KBS로 이동한 TBC 직원 가운데 다시 삼성으로 돌아오기를 원하는 직원들에게 문호를 열었다. 휘하 직원들이 다른 조직에서 고생하는 것을 원치 않았기 때문이다. 평소 냉정하기로 소문난 호암도 자신이 아끼던 직원들 앞에서는 한없이 자애로웠다.
 
◆자녀들에게도 인사 원칙 고수
 
하지만 경영에 적확한 인재를 사용함에 있어서는 그의 냉철한 판단력을 그대로 반영했다. 호암은 적자상속 원칙이 일반적인 한국 정서에서 삼남인 이건희 전 삼성 회장에게 사업의 대부분을 승계했다. ‘창업보다 수성’이 어렵다는 생각으로 삼성을 계승·발전시킬 적임자를 후계자로 삼기 위해 10년 동안 경영수업을 받았던 장남 이맹희를 외면한 것.
 
호암은 차후 호암자전을 통해 “삼성이 나 개인의 것이라고 결코 생각지 않는다...삼성은 사회적 존재다. 그 성쇠(盛衰)는 국가사회의 성쇠와 직결된다. 이 계승이 삼성의 확고부동한 새로운 발전의 계기가 되고 기틀이 되기를 간절히 바라며...”라며 국가를 위해 가장 합당한 후계자를 세우기 위해 고심했음을 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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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이러한 선견지명은 정확했다. 당초 미디어 분야 사업을 맡는 것으로 내정됐던 이 전 회장은 삼성그룹의 수장에 올라 호암 시대 이상의 번영을 이끌었다. 특히 생전 호암이 국가의 미래를 위해 반대를 무릅쓰고 시행한 반도체 산업은 호암 생전 적자를 지속했지만 이건희 전 회장 대에서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현재 삼성 반도체는 메모리 부문 1위, 전체 반도체 산업 2위에 올라 한국경제를 견인하는 중추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인재제일’ 원칙...발굴 뿐 아니라 양성과 유지까지 이어져

호암은 우수한 인재 선발과 양성, 유지에도 많은 공을 들였다. 1957년 삼성은 공개채용 제도를 국내에 처음으로 도입했다. 우수한 인재들을 우선적으로 선발하기 위한 것. 아울러 사원주주제를 시행했다. 배당을 통해 회사의 이익을 직원들과 공유, 구성원들에게 조직의 발전이 곧 구성원 개인의 발전이라는 인식을 심었다. 또한 최고의 복리후생과 대우를 시행했다.

한편 호암은 노사가 대립하는 문화 속에서는 결코 회사가 발전할 수 없다는 신념을 갖고 있었다. 때문에 노조 대신 노동자와 회사가 서로 협력할 수 있는 협의체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이러한 호암의 무노조 경영 방식은 ‘경영의 달인’이라 불리는 잭 웰치 GE 전 회장 역시 우수성을 인정할 정도다.

이 같은 호암의 뜻은 현재까지 삼성의 문화로 정착됐다. 국내 주요 기업들이 대립과 갈등으로 그 경쟁력을 훼손하는 동안 삼성은 오히려 상호 신뢰와 협력을 발전의 원동력으로 삼았다.

직원들의 자기개발에도 아낌없는 지원에 나섰다. 1982년에는 종합연수원 호암관(삼성인력개발원)을 만들었다. 선발한 우수한 인재들이 도태되지 않도록 그룹 차원의 지원을 시행한 것. 이 역시 계승 발전돼 삼성은 ‘인재사관학교’라는 칭호를 받게 됐다. e-Learning 시스템을 통한 전 사원 대상 교육은 물론 부장급을 임원 승진 후보를 대상으로 특별교육도 시행한다. 이 밖에 지역전문가 제도와 삼성학회 등을 통해 전문성을 갖춘 인재 양성에 힘쓰고 있다.

우수인재에 대한 욕심과 구성원의 역량을 최대한 이끌어낼 수 있는 지원, 합당한 인재 선택, 인재 교육에 이르기까지... 인재의 중요성을 깨달은 호암은 후계 경영진들을 위해 이 같은 말을 남겼다.

“기업은 사람이 하는 것이다. 사람이 기업을 움직인다. 기업의 성패를 좌우하는 것이 사람이다. 또 그런 사람을 만들어내는 것은 기업이다.”
 
아주경제= 특별취재팀(이형구·이하늘·감혜림 기자) ehn@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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