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앞두고 제수용품 올라…환율도 20.50원 상승
-"부동산·채권 등 안전자산 선호 한동안 이어질 듯"
기준금리 인상으로 대표되는 출구전략 논쟁이 재부상하고 있다.
연초 '더블 딥(경제회복 후 재침체)'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수면아래로 가라앉을 듯 보였던 논쟁이 다시 떠오르고 있다. 이유는 글로벌 성장의 엔진역할을 하고 있는 중국 등의 잇따른 유동성 회수조치로 국내에서도 자산 버블에 대한 경계심이 일고 있기 때문이다.
경제 전문가들은 국제적인 공조체제가 굳건히 유지되고 있는 가운데 지급준비율을 상향한 중국을 비롯해 호주, 이스라엘 등이 기준금리를 올린 것은 국내 문제 때문이라고 밝혔다. 상반기 내 기준금리 인상에 대해서는 여전히 회의적인 시각이 크다.
연초 물가와 외환시장이 요동치는 가운데 정부의 일방통행식 국정운영에 대한 우려도 나오고 있다. 비판적인 경제학자들 사이에서는 상반기내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해야 한다는 인식도 팽배해 있다.
◆ 물가 '들썩' = 통화정책의 주 타깃은 물가관리다. 따라서 물가 오름세는 기준금리 인상의 나침반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설을 앞두고 유례없는 한파와 폭설로 농축수산물 등 제수용품 가격이 들썩이고 있다. 자연스레 장바구니 물가에 대한 부담도 커지고 있다.
지난주 한국물가협회가 서울지역 롯데마트와 남대문시장 등의 생활품목의 판매가격을 조사한 결과를 보면 20일 현재 양파(상품·400g) 가격이 1720원으로 지난해 12월 30일 1120원보다 53.6% 뛰었다. 시금치(상품·400g) 가격도 같은 기간 1750원에서 2680원으로 53.1% 상승했다.
지난해 말 990원에 거래되던 500g 호박(상품·개) 가격은 39.4% 오른 1380원에 형성됐다. 무 역시 같은 기간 34.7% 올랐고, 양송이 버섯은 25.3% 뛰는 등 채소류 가격이 급등했다. 한파에 따른 어획량 감소로 생태가격은 지난해 말보다 31.2%, 오징어는 15.2% 올랐다.
정부가 지난주 대대적인 '설 및 동절기 물가대책'을 내놓았지만 아직까지 서민들의 체감물가인하로 이어지지는 않은 모습이다.
◆ 해외악재 외환·주식시장 '요동' = 미국 등 해외시장 악재로 지난주 주식, 외환 등 국내 금융시장이 요동을 치며 마감했다. 오바마 미 행정부가 미국 대형 은행의 규제책을 발표하면서 국내에서도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강화된 데 따른 결과다.
중국의 통화 긴축에 따른 세계 경기 회복 지연과 유로지역의 신용위험 우려 등도 안전통화에 대한 매수 심리를 자극하면서 국내 증시에 악재로 작용했다.
연초 외환시장은 롤러코스터를 방불케 할 만큼 급락과 급등을 반복하고 있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 한주에만 무려 20.50원 올라 외환당국을 긴장케 했다. 지난 11일 1119.50원까지 떨어졌던 환율은 올해 국내 경제성장의 걸림돌로 작용할 수도 있을 만큼 급락했다. 지난 9거래일동안 25.50원이나 급상승, 22일에는 1146.00원으로 마감해 외환시장의 불안이 계속되고 있다.
지난주 종합주가지수는1684.35로 거래를 마쳤다. 22일 하루새 37.66포인트(2.19%)가 빠져 작년 11월 27일 75.02포인트 이후 최대 하락폭을 기록했다. 이는 해외발 악재가 국내 주식 및 외환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절대적임을 증명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이달 1~18일 예금은행의 저축성예금(정기예금 포함)은 8조5704억원이 순수하게 늘었다. 작년 11월(3조1201억원)과 12월(3조4609억원)의 배 이상이다. 국민은행에 따르면 지난 18일 기준 부동산 매매율이 14.5%로 일주일 전에 비해 1.8%포인트 상승했다.
채권시장도 따뜻한 기운 감돌고 있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지난 10일간 국채선물 시장에서 5만5770계약을 순매수하는 등 국내 안전자산 선호현상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 경제전문가들, 정부 일방통행에 경계감 = 이처럼 안전자산 선호현상이 커지는 것은 경기회복에 대한 확신이 없어서다. 그럼에도비판학자층에서 상반기내 금리 인상을 계속 주창하고 있는 이유는 뭘까.
김상조 한성대 교수는 "지금까지의 초저금리를 방치할 경우 자산버블 우려가 크다"며 "무엇보다도 하반기 더블 딥 발생 가능성으로 인한 정책운영의 여지를 스스로 줄이는 우(愚)를 자초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비정상적인 초저금리 현상을 정상화시켜야 더블 딥이 발생하더라도 금리를 다시 인하시킬 수 있는 여지가 있다는 것.
일부에서는 경기회복이라는 총론에는 공감하지만 정부의 일방통행식 국정운영에 대한 반감이 금리인상 목소리로 나타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한 경제 전문가는 "재정부가 열석발언권 행사등 한은을 압박하고 있는 것은 기준금리 인상을 막기 위한 것"이라며 "정부가 운영의 묘를 십분 발휘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아주경제= 김선환 기자 shkim@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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