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 파크애비뉴에 있는 BCG 뉴욕 사무소 |
영국 경제 전문지 이코노미스트는 23일자 최신호에서 높은 수수료를 챙기던 법률ㆍ금융ㆍ경영 등 전문 컨설팅업계가 경기침체를 맞아 뜨는 업종과 지는 업종으로 나눠졌다며 기업 및 개인의 파산이나 아웃소싱 등과 관련한 업종이 급부상하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해 법률서비스업계는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 만큼 험난한 한 해를 보냈다. 일례로 미국 100대 대형 로펌에 속했던 뉴욕의 태처프로핏앤우드는 2008년 투자은행 리먼브라더스 붕괴 이후 3개월만에 비우량주택담보대출(서브프라임 모기지) 버블이 터지면서 파산했다.
법률뿐 아니라 금융 및 경영 컨설팅업체들도 힘들기는 마찬가지였다. 맥킨지나 보스턴컨설팅그룹(BCG) 등 세계적인 경영 컨설팅업체들마저 갑작스런 자금시장 변화를 맞아 현금을 확보하느라 직원들의 보너스 지급을 미루기도 했다. 현재 맥킨지가 고용한 경영컨설턴트는 위기 이전에 비해 10%나 줄었다.
특히 인력개발(HR) 전문 컨설팅업체가 가장 큰 타격을 입었다. 지난해 영국에서만 HR컨설팅시장 매출이 위기 전보다 20% 감소했다. 위기에 몰린 HR업계에서는 생존을 위한 인수합병(M&A)이 한창이다. 지난 6월 왓슨와이어트와 타워스페린이 35억 달러 규모의 주식 교환을 통해 합병키로 한 것이 대표적이다. 양사는 합병을 통해 '타워스왓슨(Towers Watson & Co.)'이라는 기업으로 재탄생했다.
하지만 일부 전문직 서비스업종은 위기 속에서 새로운 기회를 엿보고 있다. 회계감사업체들의 선전이 특히 두드러진다. 일반 기업들이 매년 실적보고서를 내놔야 하는 만큼 회계감사업계는 일반적으로 경기흐름을 덜 타는 경향이 있다. 세계 2대 회계법인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와 언스트앤영(Ernst&Young)의 경우 2008년 5월~2009년 6월 사이 매출이 전년동기 대비 7% 감소에 그치는 양호한 실적을 기록했다.
경기침체 상황을 역이용해 짭잘한 수익을 거둔 업체들도 있다. 기업들이 비용절감을 위해 전문직 아웃소싱 서비스를 찾는 사례가 늘면서 IBM, 엑센추어 등 아웃소싱 컨설팅업체들이 큰 덕을 본 것이다. 특히 기업들이 불필요한 비용을 줄이기 위해 단순업무를 외주로 돌리면서 위탁업체와 외부업체간 계약법률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들이 큰 호황을 누렸다. 인도 델리와 뭄바이에 소재한 아웃소싱 컨설팅업체인 판게아3의 경우 올 1월 매출만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2배 가까이 늘어날 전망이다.
파산위기에 처한 기업들의 구조조정을 주도하는 정부기관에 전문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들도 위기 속에 뜨는 업종으로 손꼽히고 있다. 하이디 가드너 미국 하버드 비즈니스스쿨 교수는 "민간 기업에 대한 정부 용역에 따른 리스크를 최소화하려는 경향이 커지면서 정부기관에 전문서비스를 제공하는 시장에는 업계 최고만이 남게 됐다"고 말했다.
실제로 세계 10대 로펌에 속하는 영국의 슬로터앤메이는 영국 정부가 주택대출전문기관인 노던록(Northern rock)을 국유화하는 과정에 참여해 3300만 파운드(5400만 달러)를 벌어들였다. 또 BCG는 대규모 구제금융을 받아 파산위기에서 벗어나고 있는 미국 자동차 메이커들의 활동을 모니터링해 준 대가로 영국 공공기관으로부터 상당한 매출을 올렸다.
이코노미스트는 일부 전문직 서비스업체들이 호황을 누리고 있는 사이 단기간에 높은 수수료를 받아온 전문직 서비스시장은 구조적인 변화를 겪고 있다고 지적했다. 래리 립스타인 미국 일리노이주립대 로스쿨 교수는 최근 한 논문에서 "법률회사들이 이전과는 다른 비즈니스모델로 새로운 실험을 하는 경우가 늘어날 것"이라며 "심지어 실제 서비스를 제공하기 전 상담시간에 대해 비용을 청구해온 방식에도 변화가 일 것"이라고 말했다.
아주경제= 신기림 기자 kirimi99@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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