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국을 뒤흔들고 있는 오자와 이치로(小澤一郞) 민주당 간사장의 불법 정치자금 의혹의 핵심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오자와 간사장의 정치자금관리단체인 리쿠잔카이(陸山會)가 2004년 10월 도쿄 세타가야(世田谷)구 택지(3억5000만 엔)를 구입할 때 오자와가 빌려준 것으로 돼 있는 4억 엔의 출처.
또 다른 의혹은 이 자금이 정치자금수지보고서에서 누락된 사실을 오자와가 사전에 알고 있었느냐 하는 점이다.
오자와는 지난 23일 용의자 신분으로 나선 검찰조사에서 모든 의혹에 대해 해명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의혹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오자와, 혐의 전면 부인…확산되는 의혹
오자와는 23일 검찰조사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4억 엔은 개인자금으로 1985년 매각한 주택대금 2억 엔, 1997, 2002년 가족명의 계좌로부터 인출한 3억6000만 엔 등의 일부라고 해명했다.
이 자금 가운데 리쿠잔카이가 토지를 매입한 2004년 10월 4억여 엔이 남아있었고 이를 리쿠잔카이에 빌려줬다는 것이다.
오자와는 또 토지 매매과정이나 정치자금 수지보고서 기재는 실무자인 비서들에게 모두 일임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관련 보고도 받은 사실이 없다고 덧붙였다.
현지 언론은 납득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우선 자신의 정치생명을 좌우할 수 있는 수지보고서 기재사항을 실무자에게 일임했다는 게 그렇다. 거액의 현금을 사무실 금고에 보관하고 있었다는 주장이나 주택매각 대금을 제외한 나머지 돈의 출처도 의문이다.
리쿠잔카이가 오자와로부터 빌린 돈을 되갚은 과정 역시 불투명하다. 리쿠잔카이는 2007년 4억 엔을 오자와에게 되갚았다. 그러나 이 자금은 토지 구입 뒤 오자와의 다른 정치단체들로부터 4억 엔을 거둬 이를 담보로 오자와 명의로 은행에서 융자받은 돈이다. 검찰은 이런 복잡한 거래가 토지구입 자금에 흘러든 건설업체의 뇌물을 은폐하기 위한 게 아니었나 의심하고 있다.
검찰 조사 결과 미즈타니(水谷)건설은 오자와 지역구에 있는 이사와댐 건설공사 하청 사례금으로 2004년 10월 중순 당시 리쿠잔카이 회계담당자였던 이시카와 도모히로(石川知裕) 중의원에게 5000만 엔을 건넸다고 진술했다. 미즈타니가 돈을 건넨 시기는 리쿠잔카이가 토지를 구입하기 직전이다. 그러나 이시카와와 오자와는 이 사실을 부인하고 있다.
◇검찰, "물증 찾아라"…수사결과 정국 좌우
오자와가 각종 의혹을 전면 부인하자 검찰은 물증을 찾는 데 주력하고 있다. 수사가 장기화될 가능성도 커졌다.
현재까지 검찰이 확인한 혐의는 이시카와 중의원이 2004년 택지구입 자금으로 오자와로부터 빌린 4억 엔과 2007년 4억 엔을 되갚은 사실을 수지보고서에 기재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정치자금규정법 위반(허위기재)에 해당한다.
그러나 오자와가 개인 재산이라고 주장하는 현금 4억 엔의 출처에 대해서는 확실한 물증을 잡지 못했다. 미즈타니건설 간부가 돈을 건넸다는 정황증거만 포착했을 뿐이다. 검찰은 최근 이사와댐 건설에 참여한 건설업체 전반으로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이시카와 중의원 등 전ㆍ현 비서 3명의 구속 시한은 최대 다음달 4일까지다. 이 기간에 확실한 물증을 확보하지 못할 경우 검찰은 수사 종결 여부를 선택해야 한다.
검찰 수사 결과에 따라 일본 정국도 크게 술렁일 전망이다. 오자와가 입건되거나 구속되면 문제는 심각해진다. 그가 직접 형사책임을 져야할 경우 사퇴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오자와가 사임하면 하토야마 정권은 당내 권력투쟁에 휘말릴 가능성이 높다. 오자와는 150여명에 이르는 중·참의원을 거느리며 강력한 리더십으로 하토야마 정권을 지원하고 있다. 오자와의 부재는 당장 오는 7월 참의원 선거에 타격이 될 수 밖에 없다.
반면 오자와가 무혐의 처분을 받게 되면 하토야마 정권은 국면전환에 나설 수 있게 된다. 민주당 지도부는 오자와가 스캔들에서 벗어나면 중의원 수의 우위를 앞세워 '오자와 리스크'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아주경제= 김재환 기자 kriki@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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