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대 모녀관계를 다룬 연극 '엘리모시너리'가 31일까지 아르코예술극장 소극장에서 공연된다. |
현실의 얽매임을 벗어나 자신의 독립적인 권리를 쟁취한 할머니 ‘도로시아’, 그녀가 살아가 는 삶의 방식에 지독히 염증을 느끼는 딸 ‘아티’, 그리고 아티에게 버림받은 딸 ‘에코우’. 이렇게 3대에 걸친 모녀들의 관계를 이야기하는 연극이 있다.
연극 ‘엘리모시너리’는 웨스브룩 집안의 3대에 걸친 세 명의 여자들의 삶에 초점을 맞춘다. 도로시와 아티, 에코우의 미묘한 관계를 탐구해 들어간다. 과거의 기억과 그 부정적인 선택을 벗어나 자신을 실현하기 위해 새롭게 출발하는 이들의 이야기는 관객들로 하여금 상투적인 가족관계가 아닌 새로운 가족의 의미와 자아실현에 대해 뒤돌아보게 한다.
엘리모시너리(eleemosynary)는 ‘자선을 베푸는, 자비로운’ 이라는 뜻을 지닌 라틴어다. 이 작품이 관계 맺음과 용서를 필요로 하는 인간존재의 원초적 욕구에 대해 말하고 있음을 짐작케 한다.
작가 리 블레싱은 가족 사이의 역학에 초점을 맞췄다. 이 작품은 1985년에 미국 미네소타 미니아폴리스에서 초연됐다. 이후 1987년 미국극작가 연극협회에서 희곡으로 발간됐다. 세 모녀간의 상호관계에 대한 성공적인 극작을 인정받아 1997년 로스엔젤레스 드라마 비평협회상을 수상했다.
개인과 가족, 그리고 어머니와 딸, 이상과 현실…. 이 모든 것들의 관계와 미묘한 부딪침 속에 여자인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이었을까. 단절되었던 딸과 어머니인 나, 그리고 딸인 나와 어머니의 관계에 대해 깊게 통찰해 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게 하는 공연 엘리모시너리. 세 모녀의 서로에 대한 화해를 읽어낼 수 있는 따뜻한 공연으로 기대된다.
이 연극은 간단한 단과 몇 개의 소품을 이용해 극도로 단순화된 무대를 보여준다. 과거의 시간과 세 명의 여자들의 기억을 따라 자유롭게 오가면서 진행된다. 각 인물은 서로를 자기의 방식으로 응시하며, 이들의 시간과 공간은 중첩된다. ‘중첩’은 영상과 음향을 통해 확대된다. 영상과 음향은 상황을 설명하기보다 인물의 심리를 은유하도록 유도한다.
한편 뮤지컬 ‘빨래’를 통해 대중에게 이미 친근하게 다가온 실력파 이정은이 할머니 도로시역으로, 연극 ‘아가맴논’의 ‘김수진’이 아티 역을 맡았다. 또한 연극 ‘거문고 팩토리’, ‘나를 잊지 말아요’ 등에서 열연했던 신예 김신혜의 에코우 연기도 지켜볼 만하다.
통속적 관념을 깨고 새로운 형식의 가족 극을 선보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엘리모시너리는 무거운 주제인 가족 간의 갈등과 인간의 원초적 욕구를 담담하게 풀어가고 있다. 31일까지 대학로 아르코 예술극장 소극장에서 공연된다.
아주경제= 김나현 기자 gusskrla@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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