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쌍용해운, 벌크선 사업면허 신청
- SK해운, 지난해 장기운송계약 2건 성사
SK해운과 쌍용해운이 독자적으로 외항 부정기선(벌크선) 시장에 뛰어들며 홀로서기에 나섰다. 이들 업체들은 그 동안 SK에너지와 SK가스, 쌍용양회 등 그룹 계열사의 정유, 액화천연가스(LNG), 시멘트를 주로 운송해 왔다.
25일 해운업계 및 국토해양부에 따르면 쌍용해운은 최근 국토부에 '외항 부정기운송 사업면허'를 신청했다.
쌍용해운은 현재 3000~6000GT(총t수)급 시멘트 전용선 14척 등 총 15척의 선박을 보유하고 있고, 자본금은 2290억원이다. 따라서 외항 부정기운송 사업면허 획득 요건인 '1만 GT, 자본금 10억원'을 충족한다. 이르면 이달 안으로 면허를 취득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선주헙회 관계자는 "쌍용해운이 국토부에 외항 부정기운송 사업면허를 신청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면허를 취득하고 선주협회에 가입신청서를 제출하다면 이사회를 열어 허용 여부를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쌍용해운이 면허를 얻어 외항 해운업에 참여한다며 지난 1985년 정부의 해운산업합리화 정책으로 외항 사업을 정리한 지 꼭 25년만이다.
해운업계에서는 쌍용해운이 벌크선 사업에 뛰어드는 이유는 컨테이너 시장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진입장벽과 이미 확보한 거래선이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내항 운송업자도 1년 중 일정기간 외항 운송을 할 수 있다"며 "쌍용해운 역시 호주 등 해외에서 시멘트 주원료인 유연탄을 국내로 운송, 외항 해운업에 대한 경험을 쌓아 왔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쌍용해운은 안정적인 물량과 거래처를 이미 확보했다"며 "이번 면허 취득으로 좀더 적극적으로 벌크선 사업에 뛰어들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쌍용해운은 최근 일본 선사로부터 파나막스급(중형선) 선박을 구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쌍용해운 관계자는 "외항 부정기운송 사업면허를 신청한 것은 사실이지만, 벌크선 사업을 확대할 지는 아직까지 결정된 것이 없다"며 구체적인 답변을 피했다.
SK해운은 쌍용해운보다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SK해운은 지난해 한국전력 발전자회사인 남부 및 동서발전과 장기운송계약 2건을 잇따라 성사시켰다.
한진해운ㆍ현대상선ㆍSTX팬오션ㆍ대한해운 등 해운 '빅4'가 최근 5년 동안 한전 발전자회사들과 체결한 계약건수가 평균 0.5건에 불과한 것에 비하면 괄목할만한 성과다.
SK해운이 기존 영업 방침에서 탈피, 적극적인 전략으로 선회한 것은 지난해 취임한 황규호 사장의 경영방침 때문이다. 황 사장은 지난해 신년사에서 "새로운 도약의 기회를 우리가 먼저 만들어 갈 수 있을 것"이라며 공격경영을 선포했다.
또한 벌크선 운임지수(BDIㆍBaltic Exchange Dry Index)의 회복도 이들 업체들이 신규 사업에 나서는 이유다. BDI는 지난해 10월 이후 100% 가량 상승했다. 게다가 1분기는 계절적으로 성수기다.
하지만 기존 업체들은 SK해운과 쌍용해운을 우려 섞인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중형 선사 관계자는 "이들 업체들이 안정적인 영업망을 바탕으로 신규 사업에 적극 진출하면 기존 선사들과 충돌은 불가피 하다"고 말했다.
SK해운은 지난해 11월 동서발전과 장기운송계약 체결 시 기존 업체들과 합의를 어기면서까지 계약을 성사시켜 업계의 원성을 샀다. 이로 인해 SK해운은 한때 선주협회에서 제명당할 상황까지 몰렸었다.
아주경제= 김병용 기자 ironman17@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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