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구글사태를 불러온 인터넷 해킹에 관여했다는 미국의 비난을 일축하고 나섰다. 이로써 구글사태는 미국과 중국 양국 정부의 전면전으로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25일 AP통신에 따르면 인터넷을 관장하는 중국 공업정보화부는 이날 "중국 정부가 구글에 대한 해킹공격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했다는 주장에는 전혀 근거가 없다"고 밝혔다. 또 중국 정부는 매우 투명하고 일관된 정책을 통해 인터넷 해킹을 규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구글은 최근 이메일 해킹과 검열에 따른 피해를 이유로 중국에서 철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혀 큰 파장을 일으켰다. 구글을 지지하고 나선 미국 정부는 은연중에 해킹 공격의 배후로 중국 정부를 지목하며 철저한 조사를 촉구해왔다.
중국 외교부는 이날 낸 성명을 통해 미국 정부가 중·미 약국 관계를 악화시키려 하고 있다고 날을 세웠다. 중국 국무원 신문판공실 대변인 역시 신화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중국의 인터넷 규제는 합법적인 것으로 외부에서 중국의 내부 문제에 대해 왈가왈부해선 안 된다"며 미국을 비판했다. 중국 언론들은 미국이 중국에 '정보제국주의' 공격을 퍼붓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중국 컴퓨터침해사고대응팀(CNCERT)은 미국발 해킹사례를 언급하며 미국을 정면 비판했다. 저우용린 CNCERT 부운영책임자는 "중국 내 컴퓨터에 대한 사이버 공격은 대개 미국발"이라며 "지난해 '트로이목마'가 사용된 해킹 피해만 해도 미국 아이피(IP)가 사용된 사례가 16.6%에 달했다"고 말했다.
그는 "구글은 아직 중국 당국에 해킹 관련 피해를 보고하지 않았다"면서 "구글은 중국 정부나 기관이 이번 해킹공격에 연루돼 있다고 지적한 바도 없다"고 덧붙였다.
공업정보화부 대변인 역시 "중국은 세계 최대 해킹 피해국 가운데 하나"라며 "지난해에만 4만2000개 이상의 사이트가 해킹에 노출됐다"고 말했다.
중국이 이처럼 발끈하고 나선 것은 미국이 잇따라 공개적으로 중국 정부에 대한 비난 수위를 높이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백악관은 구글 지지 성명을 발표했고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도 잇딴 성명과 연설을 통해 중국을 비난하고 해명을 요구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도 중국 정보당국의 답변을 촉구하면서 사이버 보안 침해 문제에 대한 우려를 제기했다. 급기야 미 무역대표부(USTR)까지 나서 중국의 인터넷 검열을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하는 방안을 검토하기에 이르렀다.
전문가들은 중국이 구글사태와 관련해 결코 양보하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인터넷 통제는 국가안보와 직결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중국은 인터넷의 상업적 이용을 촉진하고 있지만 선정적이거나 반사회적인 콘텐츠에 대한 접근은 엄격하게 규제하고 있다.
미국 정부 역시 인권이라는 핵심가치를 내세우고 있어 양국의 전면전은 상당기간 지속될 전망이다.
아주경제= 김신회 기자 raskol@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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