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나모리 가즈오 교세라그룹 명예회장 |
‘살아 있는 경영의 신(神)’으로 불려온 그는 최근 법정관리에 들어간 일본항공(JAL) 최고경영자 자리를 맡았다. 부실덩어리 기업을 극적으로 회생시켜낼 것인지 세계는 비상한 눈으로 주시하고 있다.
그는 아메바처럼 조직을 수시로 변화시키는 소위 ‘아메바경영’으로 교세라그룹을 글로벌 초일류기업으로 키워낸 인물이다.
이나모리 회장의 나이는 78세. 그는 기자들에게 “2월초 취임 전까지 회사 상황을 파악하고 본격적으로 임원 인선에 나서는등 기업 회생 작업에 돌입하겠다”고 의욕을 펼쳐보이는 등 팔순을 바라보는 나이에 새로운 도전에 나서고 있다.
지난해말 특별 사면복권된 삼성의 이건희 전 회장(68)의 경우 그동안 고령이라는 점 때문에 이재용 부사장으로 경영권 승계를 서두를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이달초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2010 CES(소비자가전쇼)’에서 2세들에 대해 ‘아직 배워야 한다’고 발언한 이후 승계 작업이 지연될 것이라는 분석들이 나오고 있다.
문제는 대한민국의 최대 기업 삼성그룹의 경영 시스템이 불안정한 상황에 놓여 있는 동안 세계의 경쟁자들은 더욱 맹렬한 기세로 공세를 퍼붓기 시작했다는데 있다.
지난해 삼성전자에 완패 당한 일본의 전자기업들은 원점에서부터 경영상 문제점들을 진단해가면서 권토중래(捲土重來)를 다지고 있다.
하이얼을 비롯한 중국의 전자기업들은 삼성전자의 성공제품을 모방한 저가제품으로 전세계 시장에 깊숙이 침투하기 시작했다.
반면 오늘날 삼성그룹의 내부를 들여다보면 답답해진다. 지난 2008년 4월 이건희 전 회장이 퇴진하면서 대안으로 제시한 것이 사장단협의회였다.
그러나 2년 가까운 기간동안 사장단협의회는 각 계열사간 조정 역할만 했을 뿐 그룹 전략 차원의 이렇다한 미래청사진과 투자전략은 내놓지 못했다.
이건희 前삼성그룹 회장 |
한 삼성의 임원은 “사장단협의회 체제 이후에도 큰 사안은 대주주 자격으로 이건희 전 회장에게 보고해 온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러나 여러가지 보이지 않는 제약들 때문에 그룹이 과거보다는 훨씬 느슨하게 운영돼왔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임원은 “당초 이건희 전 회장께서 이재용 부사장에게 경영권을 넘기는 작업에 속도를 내려 했다가 이혼 사건 이후 상당기간 시간을 두고 진행하기로 마음먹었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어차피 승계가 지연될 상황이라면 이 전 회장이 조기 복귀해 경영을 진두지휘 하는 것이 그룹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재계 고위인사들도 조기 복귀쪽에 무게를 싣고 있다.
H그룹의 한 고위 임원은 “지금 삼성그룹이 내부적으로 이건희 전 회장이 언제 복귀하는 것이 여론의 화살을 덜 맞느냐 하는 문제를 놓고 고민하고 있다면 너무나 안일하게 상황을 보고 있는 것”이라며 “사자들이 죽은 동료 사자의 시체를 뜯어먹는 정글처럼 세계의 경쟁기업들은 한 치의 틈도 주지 않고 맹렬하게 추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L그룹 계열의 K사장도 “삼성이 지난해 글로벌 위기를 잘 넘겼다고 비교적 여유가 있지만 대처를 잘 못 하다가는 회복할 수 없는 대가를 치를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삼성 최고경영자들의 경우 대주주의 판단과 혜안을 현실로 집행하는 능력과 팀웍이 뛰어난 반면, 개별적 창의성과 자신 책임 하의 강한 추진력은 약한 게 단점이라고 보는데 현 체제가 지속된다면 삼성의 경쟁력은 급격히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했다.
외국 언론과 경영전문가들 역시 현재의 삼성그룹 경영시스템에 경종을 울려주고 있다. 클레이튼 크리스텐슨 하버드대 교수는 “삼성전자가 최고의 전자기업에 올라섰지만, 뼈를 깎는 혁신 없이는 중국 등의 기업들에게 추월 당할 가능성이 크다”고 경고했다.
지금 삼성에 필요한 것은 중장기 청사진과 고도의 혁신을 추진해나갈 ‘강력한 리더십’이라는 얘기다.
이나모리 가즈오 회장의 예를 들지 않더라도 이건희 회장은 경영인으로서는 아직도 정력적으로 뛸 수 있는 나이다.
故마쓰시타 고노스케 파나소닉그룹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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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오늘날 정몽구 현대차 회장, 조석래 전경련 회장은 70대의 나이에도 40대 못지않게 정력적으로 경영활동을 하고 있다.
이병철 삼성 창업주는 기업을 경영하면서 숱하게 닥치는 고난과 좌절을 ‘니다불대 수장선고(泥多佛大 水長船高)’라는 격언에 비유했다.
진흙도 쌓이면 불상을 더 크게 만들 수 있고, 물이 많아지면 위험하지만 배가 그만큼 높이 올라 앉듯 시련과 고난, 실패를 많이 겪더라도 좌절하지 않고 실수했던 부분들을 거울 삼아 경영에 정진한다면 더 큰 성공을 이룰 수 있다는 것이다.
일선 경영에서 완전히 퇴진하겠다고 발표했다가 2년도 되지 않아 경영에 복귀한다는 것이 사회적으로, 기업인의 양심상 큰 부담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오늘날 세계의 정치와 경제는 명분보다 실리(實利)가 더 중시되는 시대다. 이 전 회장의 복귀가 삼성그룹을, 대한민국 경제를 더욱 발전시키는 결과를 낳는다면 궁극적으로 온 국민이 박수를 보낼 것이라고 경제 전문가들은 말하고 있다.
삼성그룹은 대한민국 산업의 가장 중요한 ‘심장’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아주경제=박정규 편집국장 skyjk@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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