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인터내셔널과 하이닉스반도체의 인수.합병(M&A) 작업이 올들어 본격화했지만 명암이 엇갈리는 양상이다.
26일 금융계 등에 따르면 정부는 자산관리공사(캠코)와 채권단이 보유 중인 대우인터내셔널 지분을 최소 '50%+1주' 이상 매각키로 하고 내달 초 매각 공고를 내기로 했다. 이미 포스코(POSCO)가 대우인터내셔널에 적극적으로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반면 새해 들어 이례적으로 기업과 기관투자가를 대상으로 투자설명회까지 연 하이닉스에는 현재까지 관심을 드러낸 곳이 없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에 따라 먼저 매각을 추진해온 하이닉스보다 대우인터내셔널의 매각 작업이 조기에 마무리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정부는 이번에 캠코와 채권단이 보유 중인 대우인터내셔널 지분 68%를 전량 매각키로 했다.
다만 인수자가 원한다면 경영권을 확보할 수 있는 최소 지분인 '50%+1주'도 인수토록 하고 나머지 보유 지분은 시장 등에서 처분한다는 계획이다.
공적자금관리위원회는 27일 본회의를 열어 이런 내용의 대우인터내셔널 매각 방안을 확정키로 했다.
현재 대우인터내셔널의 지분은 캠코가 35.5%를 보유하고 있으며 수출입은행(11.2%), 산은자산운용 7%, 산업은행(5.2%) 등도 5% 이상 보유하고 있다. 이외 현대카드와 우리은행, 서울보증보험, 신한은행, 정리금융공사 등의 기관들도 1~2%의 지분을 확보하고 있다.
또 대우인터내셔널이 보유한 교보생명 지분 24%도 별도로 떼어내 매각하지 않기로 했다. 따라서 이번에 대우인터내셔널을 인수하는 기업은 교보생명 지분까지 확보하게 된다.
공자위는 대우인터내셔널에 대해 내달 초 매각 공고를 내고 예비입찰을 실시하기로 했다. 대우인터내셔널 인수의 우선협상대상자는 4월 본입찰을 거쳐 상반기 내에 선정된다.
매각에 참여한 관계자는 "캠코와 채권단이 보유 중인 지분 68%를 일괄 매각하는 방식으로 하되 경영권 확보를 위한 최소 지분인 50%+1주 이상 범위에서 인수자가 원하는 수량만큼 팔 계획"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공자위에서 안건이 통과되는 대로 입찰공고를 낼 것"이라며 "대우인터내셔널 매각은 상반기 내에 끝낼 예정이어서 가능한 한 빠른 속도로 진행할 계획"이라고 언급했다.
현재 포스코가 대우인터내셔널에 관심을 드러냈다. 앞으로 자원개발이나 외국마케팅 측면에서 시너지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정준양 포스코 회장은 최근 한 포럼에 참석해 "작년 경제위기를 극복하면서 체력을 비축해 올해 (인수합병을) 검토 중"이라며 "최근 매물로 나온 3곳 중에서 대우인터내셔널을 우선 순위에 놓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오는 29일 인수 의향서 제출 마감을 앞두고 있는 하이닉스에는 현재까지도 인수 의향서를 낸 곳은 한 곳도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채권단은 지난 13일 이례적으로 기업설명회를 열고 하이닉스 채권단이 보유지분(28.07%) 가운데 최저 15% 매각도 가능하며 일부 지분만 인수해도 경영권을 보장하고 인수자금까지 지원하겠다는 `유인책'을 제시했었다.
여기에 하이닉스는 지난 21일 지난해 4분기 매출이 2조7천990억 원으로 전분기보다 32% 급증하며 분기 단위(원화기준)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고 발표하면서 하이닉스 매각 작업은 어느 정도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됐다.
하지만 기업들은 당장 인수 부담이 줄어들더라도 하이닉스 인수 이후 해마다 2조 원가량 시설투자 비용이 들어가고, 반도체가 경기에 매우 민감한 업종인 만큼 앞으로 1~2년 뒤에도 좋은 실적을 유지할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다는 점에서 인수하기를 꺼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채권단 관계자는 "마감일까지 가봐야 윤곽을 알 수 있지만 현재로서는 매각 전망이 밝지는 않다"면서 "현재 일부 기업들에 물밑작업을 시도 중이지만 쉽지 않다"고 말했다.
채권단은 현재 LG, 한화 등 대기업 2~3곳에 지속적인 러브콜을 보내고 있지만 해당 기업들은 묵묵부답인 것으로 알려졌다.
채권단은 이번에 인수를 희망하는 기업이 나타나지 않으면 하이닉스 채권단 지분을 15% 안팎만 보유하고 나머지는 시장에 블록세일(지분 일괄매각)하는 방안 등을 검토할 예정이다.
채권단 관계자는 "채권단 보유 지분을 줄이는 쪽으로 하이닉스 지배 구조를 개편하되, 적대적 M&A로부터 방어하는 방안을 만들 계획"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포스코처럼 국민주 방식으로 지배구조를 바꾸는 방안도 언급됐으나 실현 가능성은 적은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권 관계자는 "전략적 지배주주가 없으면 막대한 시설 투자 등이 필요할 때 이를 해결하기가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외 산업은행은 대우조선해양 매각과 관련해 다른 기업들의 매각 동향을 지켜보고 졸속 매각이 되지 않도록 일정을 다소 탄력적으로 조절키로 했다.
아주경제= 김준성 기자 fresh@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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