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서민금융=서민대출' 딜레마

금융당국이 '서민금융 지원=서민대출 확대'라는 공식을 놓고 딜레마에 빠졌다.

무분별한 서민대출의 증가는 자칫 더 많은 개인채무불이행자를 양산할 수 있지만, 서민대출을 늘리는 것 이외에는 서민금융 지원방안이 딱히 없기 때문이다.

26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최근 금융위원회는 서민금융 지원에 대한 여러가지 대책을 내놓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20일에는 여신전문회사와 저축은행 및 상호금융 등 서민금융기관의 서민금융 강화를 유도키 위한 태스크포스(TF)를 출범시켰다.

또 중소기업청 및 신용보증재단을 통해 정부가 직접 보증하는 생계형 대출상품도 운영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오는 3월 행안부는 지자체 및 새마을금고와 함께 마이크로크레디트의 일환으로 저신용·저소득자를 대상으로 2000억원을 대출해 줄 계획이다.

이러한 서민대출 확대 방안과 관련, 전문가들은 대출자들의 신용리스크가 크고 정권에 따라 서민금융 정책이 수시로 변하는 점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유경원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서민금융의 개념이 모호한 측면이 있긴 하지만 보통 은행권 대출이 안되는 사람들이 대상이 된다"며 "상환리스크가 크기 때문에 너무 많은 사람들에게 무분별하게 대출해주면 또 다른 신용불량자를 양산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보건복지부, 행정안전부 등 부처별로 경쟁적으로 서민금융 유사상품을 내놓고 있는 점도 문제"라며 "제대로 된 심사 없는 대출증가는 정치적인 레토릭에 불과하다"고 덧붙였다.

반면, 서민금융 활성화를 위해서는 서민 대출을 지원하는 것밖에는 도리가 없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이건호 KDI교수는 "저소득층과 저신용자들 합쳐서 보통 서민금융 대상자라고 정의한다"며 "지금 정부가 주력하고 있는 채무재조정의 경우도 서민들의 이자부담을 줄이는 등 역시 대출과 관련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서민금융 지원 방식은 정책 판단의 문제"라며 "미래에 혹시 부실화될지도 모르지만 신용경색의 부작용을 위해 지금 돈을 푸는 방법 밖에는 없다"고 말했다.

정찬우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도 "대부업체 수요가 높다는 점도 여전히 서민들사이에서 자금이 필요하다는 증거"라며 "저축은행을 포함한 서민금융기관들에게 인센티브를 주는 등 서민 대출 수요를자연스럽게 충당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금융당국은 서민대출 증가와 함께 채무재조정에도 주력할 것이라는 방침이다.

금융감독원 서민금융총괄팀 관계자는 "서민대출 증가가 소득증가나 일자리 창출과 함께 가야지 무조건 많이 퍼준다고 해서 서민금융지원이 아니다"라며 "서민들의 이자부담을 덜고 개인 신용회복 지원등을 활성화 하는 방안과 함께 가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주경제= 이미호 기자 miholee@ajnews.co.kr
(아주경제=ajnews.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제3회 보훈신춘문예 기사뷰
댓글0
0 / 300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