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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시리즈 7] 장룡이 이루고 내려온 청룡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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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0-02-19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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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서 승용차로 4시간 넘게 달려 도착한 호암(湖巖) 이병철 회장 생가. 탄생 100주년을 앞둔 시골 마을은 단장이 한창이다.

마을 안 길도 ‘호암길’로 이름 지어졌다. 생가 주소는 경남 의령군 정곡면 중교리 723번지. 호암길 따라 집집마다 흙 담장이 아름다운 이 마을은 ‘담안마을’이라고도 불린다. 마을을 옹기종기 품고 있는 산들이 마치 마을의 담처럼 보인다.

마을 입구에 자리 한 ‘부자매점’ 여주인은 뒷 산이 노적봉으로 불리는 것도 산의 모습이 마치 곡식 낟가리를 수북하게 쌓아 놓은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라고 귀띔했다.

담안마을 안쪽으로 들어서자 저만치 솟을 대문과 잘 어우러진 기왓집들이 몇 채 눈에 들어왔다. 노적봉 끝자락에 자리잡고 있는 기왓집이 호암 생가이다.

솟을 대문을 밀고 들어서자 대지 570평에 본채와 사랑채가 나타났다. 관리인은 호암이 안채 오른쪽 방에서 태어났다고 설명했다.

야트막한 야산 너머오솔길을 따라 한학(漢學)서당 ‘문산정’으로 어린 호암이 아침마다 학문의 길에 나섰다고 말했다. 안채 오른쪽에 자리하고 있는 거북바위 앞에선 몇몇 관광객들이 발복(發福)을 기원하고 있다.

호암 생가는 노적봉을 머리삼아 남쪽으로 길게 내려온 내청룡의 끝자락에 있다. 노적봉은 풍수지리상 주산(主山)인 자굴산((闍崛山)의 한 자락이다.

장룡(長龍)을 이루고 내려온 청룡이 이 집의 주룡이 되면서 생가의 왼쪽 울타리(좌청룡) 역할을 한다는 설명이다. 호암 집안이 대를 이어 재벌이 된 것도 바로 이러한 장룡의 기운 덕 이라고 한다.

게다가 생가는 청룡이 물구멍을 막고 있는 모습으로 새 기운이 솟아날 뿐 아니라 10리 밖 남강(南江)이 생가쪽으로 역수(逆水)를 이루고 있어 기세가 더욱더 강하다고 한다.

일(一)자형 평면 형태의 호암 생가는 남서향 평지에 자리 잡고 있다. 그리고 배산임수(背山臨水, 풍수지리상 이상적인 집터 배치로 집을 지을 때 뒤에 산이나 언덕이 있고, 앞에는 강이나 개울, 연못, 논이  있어야 한다)의 원리를 적확하게 따르고 있다.

호암 생가가 있는 부자마을 인근에는 ‘부자바위’도 있다. 의령군 관문이자 함안군과 경계인 남강(南江 혹은 鼎江)자락, 의령군 의령읍 정암리 강물속에 부자바위 전설이 흐른다.

솥뚜껑을 닮은 바위, 일명 솥바위(鼎岩)에 얽힌 전설은 이렇다. ‘솥바위를 중심으로 반경 20리(8km)안에서 큰 부자들이 나온다’고 조선말 도인이 이 바위에 앉아 예언했다는 것이다.

공교롭게도 삼성, LG, 효성그룹 창업자-이병철, 구인회, 조홍제 회장이 태어난 생가가 솥바위에서 직선거리로 8km안에 있다.

솥바위에서 세 창업주의 생가를 연결하면 세 다리를 가진 가마솥의 형상이 된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 다리가 없는 가마솥은 부(釜)이고, 다리가 셋인 가마솥은 정(鼎)이다.

이중 삼성과 LG 창업주는 ‘물의 지혜를 알고 있다’는 뜻의 ‘지수(智水)보통학교’ 동창생이기도 하다.

우연의 일치인지는 몰라도 같은 지역에서 태어나 같은 시기를 보낸 세 창업주가 세운 기업의 이름에 모두 ‘별 성(星)’자가 들어간다.

삼성(三星, 세 개의 별)과 효성(曉星, 새벽 별)이고, 그리고 LG의 창업당시 이름은 금성(金星, 황금 별)이다. 이쯤되면 ‘부자되는 기’가 과연 존재하는지, 행여 기를 받으면 재계의 별이 될 수 있는 것 아닌지 의구심이 들 정도다.

하나 호암 생가를 떠나 호암이 묻혀 있는 경기도 용인시 포곡읍 가실리 호암 미술관을 둘러보고선 호암의 성취가 결코 풍수나 요행이 아닌 무한추구(無限追求)의 소산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행하는 자 이루고 가는자 닿는다’는 좌우명처럼 호암은 무수한 사색과 청년의 도전속에서 정교한 연마(鍊磨)를 통해 한국경제의 별, 삼성(三星)의 초석을 다진 것이다.

경남 의령, 경기 용인=인문자(人文自) hc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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