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정로 칼럼) 은퇴하지 않고 일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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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0-01-28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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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창희 미래에셋 퇴직연금연구소 소장

새해 들어 각종 언론매체들이 베이비붐세대의 은퇴와 관련된 내용을 경쟁적으로 보도하고 있다. 1955년에서 1963년 사이에 출생한 311만명이 금년부터 “준비 안 된 은퇴”를 시작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은퇴라고 하는 언론의 표현이 과연 적절한 것인지에 대해 한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은퇴라는 말을 사전에서 찾아보면 “일에서 손을 떼고 한가롭게 산다”는 뜻으로 되어 있다.

그렇다면 지금과 같은 인생 100세 세대에 50대 중반부터 일에서 손을 떼고 50년 가까운 기간 동안을 한가롭게 살아야 한다는 것인가? 은퇴 보다는 고용정년이라는 표현을 쓰는게 적절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일반적으로 직장인들은 일생에 세 번의 정년을 맞게 된다. 제1의 정년은 타인이 정년을 결정하는 고용정년, 제2의 정년은 자기 스스로가 정하는 일의 정년, 제3의 정년은 하느님의 결정에 따라 세상을 떠나는 인생정년이다.

우리가 60세에 고용정년으로 퇴직을 하여 우리나라의 평균수명인 80세 까지만 산다고 해도 정년 후의 인생은 20년이다. 현역시절에는 그 하루가 너무 짧지만 막상 정년퇴직을 하고 나면 그 바쁘던 시간이 잘 가지를 않는다. 잠자는 시간, 식사하는 시간, 화장실 가는 시간 등등을 다 빼더라도 하루에 11시간 정도 남는다는 계산이 된다. ‘11시간*365일*20년’ 이면 약 8만시간이 된다. 지금 우리나라 직장인들의 연평균 근로시간은 2300시간이다. 따라서 정년 후의 8만 시간은 현역시절의 35년 일하는 시간과 맞먹는 시간인 셈이다. 인생 100세 시대를 생각한다면 무려 70년에 해당한다는 결론이 된다. 이렇게 긴 후반인생을 무슨 일을 하면서 살아갈 것인지를 심각하게 생각해 봐야 하는 것이다.

따라서 직장인은 현재의 직장에서 고용정년이 가까워졌다고 생각되면, 또 다른 직장을 찾아 고용정년을 연장시킬 것인지, 아니면 적당한 기회에 창업을 하는 등의 방법으로 일의 정년이 될 때까지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할 것인지, 아니면 자기실현을 위한 인생이나 사회 환원적인 인생을 살 것인지를 결정하지 않으면 안된다.

우리보다 먼저 이런 경험을 한 선진국의 직장인들은 젊은 시절부터 인생후반의 설계에 관심을 갖고 준비를 한다. 정년퇴직을 했는데 그 동안 모아둔 재산이 부족하다고 생각될 때는 과감하게 체면을 버리고 허드렛일이라도 한다. 반면에, 생활비를 걱정 안 해도 되는 사람들인 경우에는 취미활동이나 봉사활동을 하면서 약간의 용돈벌이를 할 수 있는 일을 찾는다.

최근 들어 우리나라에도 정년퇴직 후에 나름대로의 일을 찾아 보람있는 후반인생을 보내고 있는 사례가 늘고있다. 풍력기계 제조회사에서 기술직으로 일하고 있는 S씨는 55세의 정년퇴직을 한 후 촉탁 신분으로 같은 회사에서 10년 넘게 일하고 있다. 그의 기술력과 성실성을 회사로부터 인정 받아 고용정년을 연장시킨 사례라고 할 수 있다.

금융업계에서 최고경영자 (CEO)로 퇴임한 L씨는 어려운 가정을 위해 집을 지어 주거나 수리를 해주는 국제적인 민간비영리조직의 한국본부를 3년 넘게 이끌고 있다. 금융회사 최고경영자에서 NPO의 CEO로 변신한 사례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 단체의 설립초기부터 참가하여 자원봉사활동도 하고 후원금도 지원하면서 관계를 맺어왔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었다.

40대 후반에 금융회사 임원으로 퇴직한 Y씨는 음악감상실을 경영하며 클래식음악 강사로 활약하고 있다. 취미를 후반인생의 직업으로 택한 사례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상의 사례 이외에도 정년퇴직 후에 자신에게 맞는 일을 찾아 보람있는 후반인생을 보내고 있는 사례는 얼마든지 있다.

그런데 정년 후에도 이렇게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대부분이 현역시절부터 후반인생설계에 관심을 갖고 준비를 해왔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갖고 있다. 고용정년을 앞둔 직장인들이 참고로 해야 할 사례가 아닌가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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