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가 애플의 '아이폰' 토네이도에 빨려 들어가고 있다.
미국을 비롯한 6대륙의 휴대폰 사용자들이 아이폰(iPhone)에 열광하는 가운데 각 국의 정보기술(IT) 업체들마다 애플을 벤치마킹하느라 혈안이 돼 있다. 애플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27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 시내 예르바부웨이센터에서 태블릿PC '아이패드(iPad)'를 출시, 컴퓨터-모바일 시장 혁명을 예고하고 있다.
한편으로 세계는 질풍노도와 같이 무서운 기세로 질주하다 추락하기 시작한 굴지의 자동차회사를 목도하고 있다. 제너럴모터스(GM)를 꺾고 세계 최대 자동차기업의 왕좌에 올랐다가 요동치고 있는 도요타자동차다.
스티브 잡스 애플 최고경영자(CEO)와 도요다 아키오 도요타 사장. '왕'으로 불리는 잡스와 '황태자'로 불리는 도요다는 모두 남들이 꿈꾸는 자리에 올라섰지만 출신과 성장 배경부터 판이하게 다르다. 살아온 과정이 천양지차인 만큼 경영철학과 경영스타일이 극명하게 엇갈린다.
잡스가 이룬 IT제국은 양부모의 차고에서 태동했다. 사업을 시작했을 때 그의 나이는 20살에 불과했다. 6개월만에 대학을 그만 둔 직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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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브 잡스 애플 최고경영자(CEO) |
도요다는 입사 25년만인 지난해 53살의 나이로 세계 최대 자동차 메이커의 수장이 됐다. 그 사이 유럽과 미국법인 대표를 거치는 등 승승장구했다. 창업주인 할아버지의 후광 덕분이었다.
잡스와 도요다는 모두 위기에 처한 회사의 구원투수로 등장했다.
적자에 허덕이던 애플은 잡스를 새 CEO로 '초빙'하기에 이르렀다. 연구진과 밤 잠을 설치며 역전을 꾀하던 잡스는 2001년 MP3 플레이어 '아이팟(iPod)'으로 애플의 새로운 전성기를 열었다. 앤디 그로브 전 인텔 회장은 "'건방진 애송이' 같았던 잡스가 애플에 복귀하면서 '부실 기업을 회생시키는 최고의 아티스트'로 변모했다"고 평가했다.
2007년 불거진 잡스의 건강이상설은 애플을 또 다시 위기로 몰아넣었다. 같은해 공개한 '아이폰' 효과도 빛이 바래면서 주가는 곤두박질쳤다.
상황이 반전된 것은 잡스가 병가 6개월만인 지난해 6월 애플에 복귀했을 때다. 2004년 췌장암 수술에 이어 간이식 수술을 받은 뒤였다.
'왕의 귀환' 소식이 알려지면서 주가는 급등했고 애플은 2010 회계 연도 1분기(2009년 10~12월)에 1년 전보다 50% 늘어난 순이익을 거뒀다. 잡스가 27일 선보인 태블릿 PC '아이패드'는 PC시장의 혁명을 예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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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요다 아키오 도요타 사장 |
그러나 상황은 오히려 악화되고 있다. 지난해 말부터 미국에서 잇따라 부품 결함문제가 제기되면서 '품질 도요타'라는 명성에 치명상을 입은 것이다. 최근에는 미국과 유럽에서 사상 최대인 430만대를 리콜했고 급기야 미국에서는 문제 차종의 생산과 판매를 중단하기에 이르렀다.
일부 경영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잡스와 도요다의 차이점이 경영 유전자(DNA)의 특성에서 비롯된게 아니냐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잡스가 스스로 DNA를 갈고 닦았다면 도요다는 단순히 물려받은 데 불과하다는 것이다.
자신이 만든 회사에서 쫓겨났던 경험, 생사의 갈림길에서 인간이 가장 두려워 하는 상황까지 내몰렸던 잡스는 '내일은 없다'는 각오로 무장돼 있다고 지인들은 전한다. 그는 2005년 미국 스탠퍼드대 졸업식 축사에서 "하루하루를 인생의 마지막 날처럼 살아가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커뮤니케이션 전문가인 카민 갤로는 "잡스는 종교적인 소명의식을 바탕으로 세상에 변화를 불러 일으키겠다는 열정을 제품에 담고 있다"며 "잡스가 팔고자 하는 것은 '상품'이 아니라 '꿈'"이라고 말했다.
반면 유복한 환경에서 자란 도요다는 남보다 자기 만족을 중시한다는 평가다. 단적인 예로 그는 고출력 스포츠카를 즐기는 스피드광으로 유명하다. 하이브리드 자동차인 '프리우스'로 친환경차 시장을 선도하겠다는 경영전략과 배치된다.
잡스는 "아무리 잘 나가더라도 배고픈 동물처럼 늘 새로운 것을 갈구해야 한다. 또한 항상 스스로 어리석다고 생각하고 새로운 지식을 갈구해야 한다'고 역설하곤 한다.
잡스가 스탠퍼드대 졸업식 축사에서 던진 마지막 한 마디는 도요다 사장은 물론 전세계 경영자, 임원들에게 조언이 될 것 같다.
'Stay Hungry, Stay Foolish!.'
아주경제= 김신회 기자 raskol@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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