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경영 포커스] "우리 회사는 '해고' 몰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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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0-02-17 1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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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포춘, 창립 후 해고 없는 기업 6곳 소개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지만 고용시장은 여전히 살얼음판이다. 미국 기업들은 올해 매출과 순이익이 지난해에 비해 각각 10%, 22% 늘 것으로 전망하면서도 인력 확충에 대해서는 자신없어 하는 눈치다.

최근 317개 미국 기업 최고재무책임자(CFO)를 상대로 벌인 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38%가 지난해 감원한 인력을 충원하지 않겠다고 답했다.

지난해 12월 10%를 기록한 미국의 실업률도 당분간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는 게 대다수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미 의회예산국(CBO)도 미국의 실업률이 2012년까지 8% 밑으로 떨어지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월가에서는 고액 보너스 문제가 연일 화제가 되고 있지만 기업의 최고 선은 높은 연봉보다 고용보장이라는 인식이 널리 확산되고 있다.

미국 경제전문지 포춘이 최근 선정ㆍ발표한 '일하기 좋은 미국 100대 기업(100 Best Companies to Work For)' 순위도 이를 반영하고 있다.

올해 최고의 직장으로 꼽힌 기업은 비즈니스 분석 소프트웨어업체 SAS. 지난해 20위에 머물렀던 SAS가 올해 수위에 오를 수 있었던 비결로는 강력한 직원복지 정책이 꼽히고 있다. 더욱이 이 회사는 창립 이래 이달 중순까지 단 한 명의 해고자도 배출하지 않았다.

포춘은 지난달 29일(현지시간) SAS를 필두로 창립 이래 단 한 명의 임직원도 해고하지 않은 미국 기업 6곳을 소개했다.

◇SAS
해고에 '인색'한 기업인 만큼 SAS는 1976년 창립 이래 공동 창업자 중 한 명인 짐 굿나이트 최고경영자(CEO)가 쭉 이끌고 있다. 임직원 이직률도 2%에 불과하다.

놀라운 성과의 비결은 굿나이트 CEO의 경영철학에서 찾을 수 있다. 그가 최고로 여기는 가치는 기업과 임직원간 신뢰.

사상 최악의 경기침체 속에 취한 고용동결 조치도 해고를 막는 데 주효했다. SAS는 연구개발(R&D)과 영업 부문을 제외한 나머지 부문에 대한 고용을 최근 동결했다. 잦은 소통을 통해 임직원들이 변화된 환경에 대처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는 점도 고용안정에 도움이 되고 있다는 평가다.

◇웨그먼스푸드마켓
94년 전통의 식표품 체인 웨그먼스푸드마켓 역시 창사 이래 단 한 명도 해고하지 않았다. 경영 목표를 달성하는 데 핵심요소가 인력이라는 인식이 기업 내에 뿌리박혀 있기 때문이다. 인력을 최고의 가치로 여기는 만큼 웨그먼스는 모든 임직원이 자기계발을 통해 경력을 쌓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재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직원들은 이른바 '멀티플레이어'로 거듭난다. 기업 입장에서는 경영환경 변화에 따라 직원들을 적재적소에 다시 배치할 수 있는 여력을 확보하게 되는 셈이다. 사람을 새로 뽑기보다 기존 인력을 필요한 인재로 가꾸는 전략이다.

◇메르세데스벤츠 미국법인
미국 자동차시장을 강타한 경기침체는 세계 최대 자동차 메이커 제너럴모터스(GM)도 굴복시켰다. 그러나 메르세데스벤츠 미국법인은 1600여명에 달하는 인력을 고스란히 유지할 수 있었다. 뼈를 깎는 비용절감 노력 덕분이다. 이 회사는 불필요한 여행경비 등을 삭감한 데 이어 임시직을 줄이고 빈자리를 근무시간 연장으로 해결했다.

아울러 CEO를 비롯한 28명의 최고경영진 역시 자발적으로 임금을 삭감하며 솔선수범했다. 그 결과 지난해 하반기에만 전체 인건비의 10%가 절감됐다. 포춘은 메르세데스벤츠 미국법인의 경영철학이 "핵심 사업부문이 아니면 결코 시간낭비를 하지 않는다"라고 소개했다.

◇SC존슨앤슨EOG리소시스·BHSP
생활용품 제조업체 SC존슨앤슨도 창립 이후 124년 동안 해고자를 내지 않았다. 기업의 최고 자산이 임직원이라는 믿음이 경영전략에 그대로 반영돼왔기 때문이다.

장기 전망을 근거로 세우는 고용전략도 해고의 남발을 막았다는 평가다. 일례로 SC존슨은 최근의 경기회복세를 무시하고 향후 6개월간 임직원에 대한 복지혜택 등을 동결했다. 또 고용비용을 줄이는 한편 고용규모도 일시적으로 동결했다.

포춘은 이밖에 석유ㆍ가스 생산업체인 EOG리소시스와 비영리 보건기구 뱁티스트헬스사우스플로리다(BHSP)를 해고 무풍 기업으로 꼽았다. 1999년 엔론에서 분사해 나온 EOG리소시스는 저비용ㆍ저부채 구조를 바탕으로 안정적인 경영을 이어가고 있다. BHSP는 1990년 창립 이래 줄곧 '해고없는 기업'을 핵심 기업 문화로 유지하고 있으며 지난해에 600명의 일자리를 창출해 냈다고 포춘은 소개했다.

아주경제= 김신회 기자 raskol@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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