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 특유의 '순혈주의'가 신한카드에서도 위세를 떨치고 있다.
2007년 10월 LG카드와 신한카드의 통합으로 출범한 신한카드에서 신한은행 출신 임원들이 득세하고 있다. 반면 출범 당시 임직원의 상당수를 차지했던 LG카드 출신들은 파워게임에서 서서히 밀려나는 모습이다.
1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신한카드에서 부사장급 이상 임원은 총 6명이며 이 가운데 LG카드 출신은 소재광 부사장 1명뿐이다. 이춘국 부사장, 김종철 부사장, 송병국 부사장은 모두 신한은행 출신이다. 이재우 사장도 신한은행 출신이다.
김희건 부사장은 통합 신한카드 출범 전 외환카드에서 신한카드로 옮겨온 케이스다. 조흥은행 출신 부사장은 한 명도 없는 상황이다.
통합 출범 당시에는 부사장 직책 5명을 신한 출신 1명, 조흥 출신 1명, LG 출신 2명, 외환카드 출신 1명으로 구성했다.
당시에는 신한카드의 다양한 인적 구성을 고위 임원진 인사에 적극적으로 반영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통합 출범 2년을 넘기면서 조흥 출신과 LG 출신이 한 명씩 줄고 신한은행 출신 임원이 전체 부사장 직책의 과반수를 차지하게 됐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두 회사가 통합할 때 LG카드 직원수는 2000명이 넘었지만 신한카드는 300명 정도에 불과했기 때문에 임원진 구성을 7대 3 내외로 맞출 것이란 이야기가 있었다"며 "특히 부사장 직책 가운데 2명은 LG 출신이 맡는 것으로 전해졌는데 어느새 한 자리가 줄어든 듯하다"고 말했다.
불과 2년 만에 인적 구성 자체도 크게 바뀌었다. 통합 출범 때 임명된 5명의 부사장 가운데 외환은행과 신한카드를 거친 김희건 부사장만이 아직까지 자리를 지키고 있을 뿐이다. 김종철 부사장과 송병국 부사장은 최근 신한은행에서 신한카드 부사장으로 선임됐다.
특히 통합 당시 LG카드 출신이었던 임원진 상당수가 회사를 떠났다. 통합 출범 당시 상무급 이상 임원 가운데 LG카드 출신은 총 6명이었다.
통합 신한카드에서 경영기획부문과 리테일사업부문 등 요직을 맡고 있었던 LG카드 출신 강홍규 부사장과 신종균 부사장이 회사를 떠났고, 상무급 가운데서는 카드업계 첫 여성 CIO였던 조일순 상무와 김일환 상무가 사임했다.
LG카드 출신의 한 신한카드 직원은 "회사를 떠난 LG카드 출신 임원 가운데서는 임기가 차서 떠난 경우도 있지만 옛날의 비리 사실을 캐내서 쫓겨나다시피 사임한 경우도 있었다"며 "일반 직원이 아닌 임원진의 경우 회사에서 갈아치우려는 의도가 다분하다고 보고 있고 실제로도 LG카드 출신 부문장 이상급 임원은 많이 그만 뒀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카드업계에서는 신한카드의 이같은 임원진 구성 변화의 원인이 신한 특유의 순혈주의에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카드업계 한 관계자는 "신한은행과 조흥은행이 합병했을 당시에도 탕평 인사를 펴며 인적 구성을 5대5로 맞추었지만 실적과 능력 위주의 인사로 표방하면서 조흥은행 출신 인사들이 기를 못 펴고 있다"며 "LG카드와 신한카드의 통합도 양사의 대등한 합병이 아닌 구 신한카드의 LG카드 인수였기 때문에 인사상 지분을 이야기하는 것 자체가 무리일 수 있다"고 말했다.
아주경제= 고득관 기자 dk@ajnews.co.kr(아주경제=ajnews.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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